대학의 낭만은 어디로 갔나?
대학의 낭만은 어디로 갔나?
  • 대학신문
  • 승인 2017.04.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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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배영애 강사
윤리교육과

캠퍼스엔 어느새 겨울 추위가 사라지고, 따뜻한 봄기운이 살포시 느껴지면서 새싹들이 움트고 있다.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위기와 불안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서 비롯된 난맥상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대학생들의 힘겨운 현실이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많은 청년들이 스펙 경쟁과 취업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과 불안정한 고용환경 탓에 ‘헬조선’과 ‘다포세대’ ‘금·흙수저’ 등의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도 갈수록 악화하는 청년고용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낭만과 여유로운 대학 생활을 시작하던 과거와 달리 입학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학업에 매달리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대학의 모습은 ‘무한경쟁’과 각박함만 남아 있다.

예전의 대학 시절을 회상해 보면, 봄 햇살 따사로운 날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가득 안고 도서관을 나서서 밤새도록 즐겁게 책을 읽고, 친구들과 밤새 술 한잔 걸치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동기들과 벚꽃놀이 가는 즐거운 기억들도 있었다. F학점을 받으면 권총을 찼다고 하고, F학점을 2개 받으면 쌍권총을 찼다고 학우들 앞에서 자랑거리가 됐던 시절도 있었다. 비록 내가 목표한 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소한 추억들이 낭만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버팀목이 됐다.

요즘 학교 도서관에는 취업을 위해서 매진하는 학생들과 자신의 스펙에 한 줄이라도 더 쓰고자 이것저것 가리지 않으며, 학점관리, 취업준비, 어학연수, 인턴, 토익,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비일비재하다. 매 학기 성적을 공시하면 학점이 의외로 낮다고 연락해 오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지만 B+학점을 받더라도 재수강을 위해 성적 하향을 요청하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1학년 때부터 대학의 낭만을 느낄 새도 없이 진로준비를 서두르다 보니 학생들의 마음에 조급함만 있어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점점 학생들은 학점이 강조되다 보니 학문 자체에 대해 배우는 재미와 열정이 결여돼가고 있다. 한편으론 학생 식당에 가보면 혼자서 책을 읽으며 급하게 식사를 해치우는 학생들의 모습에 안타깝고, 선배들과 후배들의 관계는 점점 서먹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있다는 것도 새겨뒀으면 한다. 대학 시절에 무조건 스펙만을 쌓아 취업만 준비하기엔 학생들의 청춘이 너무 싱그럽고 찬란하다. 비록 현재의 어려운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낭만을 품고 있어야 한다. 모두가 가는 곳으로 생각 없이 휩쓸려 가는 낭만이 아니라, 자신만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낭만 말이다. 대학 시절 동안 여유로움을 가지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곳에 있어야 할지 염두에 두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한다. 그리고 쉼 없이 달리는 것보다 잠시 나의 주변을 돌아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길렀으면 한다. 숫자에 연연한 스펙이 아닌 값지고 소중한 경험과 시련의 아픔을 겪는 것도 대학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멋진 추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생들이여! 빛나는 삶에 대한 희망과 이 시절의 낭만을 꼭 다시 찾게 되길 희망한다.
 

배영애 강사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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