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가 성사됐다. 마침내 우리는, 목소리가 작아 강한 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짓밟혀왔던 우리는, 그 작은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큰 목소리를 만들어냈고 그 목소리를 세상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칠 수 있게 됐다.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학생을 무시하지 말라고, 우리가 주인이라고, 학생이 주인이라고 외칠 수 있게 됐다. 아름다웠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기에 아름다웠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장소에 모여 아름다운 일을 해낼 수 있었기에 아름다웠고, 그 곳에서 나는 단순히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로 존재할 수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동안 총회를 성사시키고자 노력해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데, 우리의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목소리는 한 곳에 모였으나, 그 목소리를 미처 다 외치지 못한 채 끝날 수밖에 없었다. 그 곳에는 우리가 아닌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도 그 곳에서 아름다운 존재였나? 본부 앞에 모여 경고문을 붙이고 본부를 지키기 위해 준비를 하던 당신, 그런 지시를 내린 뒤에 자기만의 장소에 숨어서 관찰만 하던 당신, 그리고 2천 학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소수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다시 뺏어가고, 우리의 수단을 없애버린 당신. 당신은 그 순간 그 곳에서 아름다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분명 당신은 우리와 같이 있었고, 어쩌면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은 우리가 아니었다. 당신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았고 우리보다 당신을 먼저로 삼았기에 우리가 아니었다. 그 곳에서 당신은 우리와 다른 그 무엇이었다. 솔직히 나는 당신을 규탄하고 싶다. 하지만 당신도 소중하다. 당신도 소중한 시민이고, 그러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의 의견과 행동을 존중하고 당신도 그 곳에서 하나의 소중한 시민이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당신은 아름답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당신, 부끄러운가?

김민형
(화학교육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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