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교수
환경대학원

얼마 전 학회 모임에 참석했다. “홍교수, 미세먼지 어떻게 좀 해 봐, 무서워서 다닐 수가 없네.” 선배 교수 한 분이 자리에 앉자마자 나에게 던진 말이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미세먼지 해결해 주는 후보 있다면 무조건 뽑을 거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떤 20대 여성이 했다는 말이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하는 내가 미세먼지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비결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새 ‘적폐’라는 말이 세간에 오르내리는데 미세먼지 문제야말로 적폐의 산물이다. 아주 오랫동안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석탄 위주의 값싼 전기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물류 및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경유 사용 화물차와 건설기계를 방치해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이명박 정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유 승용차 판매량까지 급증했다. 오늘의 미세먼지 문제는 과거부터 쌓아온 우리 행적의 결과물이다.

물론 중국 탓이 적지 않다. 대략 미세먼지 발생 국내외 요인이 각 50%를 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접국에 일방적인 환경 외부효과를 유발하면서 유감 표시 한번 없는 G2 국가의 행태는 유감스럽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 주권과 정책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이는 외교와 협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환경외교에서는 오염자가 스스로 책임지기보다는 피해자가 먼저 경제적 부담을 자임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중국 땅의 25%가 사막화하는 상황에서 쉬운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중국과의 외교 노력은 지속하되, 국내 요인 제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제학 가설 중에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라는 것이 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초기에는 환경오염이 나빠지다가 일정 소득을 넘으면 개선된다는 가설이다. 곡선이 바가지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역(invervse)U자’ 가설이라고도 한다. 실증분석을 해보면 환경쿠즈네츠 곡선을 따르는 오염물질과 국가가 종종 발견되지만, 한편으로는 소득과 무관하게 오염이 계속 악화되기도 하고 심지어 좋아지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후자를 ‘N자’형 환경쿠즈네츠 곡선으로 부른다. 수도권대기질특별법 시행 등으로 감소하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2년을 저점으로 약간 증가한 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봄철의 불청객 정도로 여겨졌던 황사나 미세먼지가 전국에 걸쳐 어린이와 노약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 추세는 N자 형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관악캠퍼스는 도시다. 일일 유동인구 5만여 명, 일일 차량 통행은 3년 전 이미 1만 5천대를 넘어섰다. 자료를 찾다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견했다. 우리 대학 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 연구팀이 관악캠퍼스 내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수준을 측정했다. 거의 10년 전 측정치인데도 미세먼지 대기환경지수는 ‘보통’에서 ‘나쁨’이었다. 충분히 납득되는 결과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절 관악에서 들렸던 최루탄 소리는 수많은 건물을 올리기 위한 건설장비 소음으로 대체됐다. 당시에는 캠퍼스에서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승용차와 이륜차의 홍수 속에 학교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모두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 발생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현재 1만원인 서울대 교직원 월 주차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자. 이삼 년에 걸쳐 월 10만원 정도로 올리면 어떨까. 주차장 위치와 자동차 친환경성에 따라 차등 부과도 가능하다. 땅 넓은 미국에서도 교수에게 주차료 월 1만원을 받는 대학을 본 적 없다. 대도시 캠퍼스는 말할 것도 없다. 승용차 이용의 가격탄력성을 받아들인다면 수요 저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혹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이렇게 모인 재원으로 미세먼지 관련 연구, 캠퍼스 모니터링 및 교통안전 강화, 공공교통 이용 출퇴근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유인 제공 등 쓸 곳은 많다. 교직원들이 캠퍼스 내 도보 이동이 많은 학생들에게 미세먼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다. 서울대부터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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