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숙 강사
식품영양학과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형형색색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시게 내비치는 햇살과 뺨에 스치는 바람마저도 기분 좋게 느껴지는 4월. 봄의 빛깔을 닮은 싱그러운 녹차 한 잔 어떨까?

세계 차 소비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녹차는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주당 섭취 빈도가 1.02잔에 달하며 꾸준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차의 품종, 찻잎의 채취 시기, 재배환경 등에 따라서 풍미가 달라지는 녹차는 신선한 찻잎을 고온에서 가열해 산화효소의 작용을 억제시킨 후 비비고 말리는 등의 가공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녹차의 풍미를 결정하는 주요 물질은 차나무 뿌리에서 글루타민과 에틸아민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테아닌과 찻잎에 저장돼 있던 테아닌이 햇빛을 받아 만들어지는 카테킨이다. 차나무에서 가장 먼저 딴 잎으로 만든 녹차엔 감칠맛을 지닌 테아닌이 풍부해서 부드러운 향미와 여린 빛깔을 즐길 수 있고, 채취 시기가 늦어질수록 카테킨이 풍부해 녹차 특유의 쌉싸름한 떫은맛이 강해지고 짙은 초록빛을 띤다.

저장 온도와 저장 기간 등은 녹차의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저장 조건에 따른 녹차의 카테킨 및 테아닌의 변화에 대한 이승언(2016)의 연구에 따르면 상대습도가 높고 저장 온도가 높을수록 카테킨과 테아닌의 함량이 감소하므로 특히 여름철에는 냉장이나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녹차의 품질 유지에 바람직하다.

녹차는 우려내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맛과 향뿐만 아니라 테아닌, 카테킨 등 유용 성분의 함량도 달라진다. 장문조 등(2006)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녹차 티백의 음용을 위한 침출 조건 연구에 따르면 기호도와 유용 성분을 고려한 최적 조건 범위는 73~83°C에서 5~6분 정도 우려내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의 Emma K. Keenan 등(2010)의 연구에 따르면 녹차의 테아닌 함량은 추출 시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티백이나 잎차를 찻물에 침출 후 5분 정도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또 녹차를 우려낼 때 설탕이나 소량의 우유를 첨가하는 것은 테아닌의 함량에 유의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우유의 첨가량이 찻물의 25% 이상으로 증가하면 테아닌의 함량이 감소한다.

녹차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특유의 감칠맛을 나타내는 성분인 테아닌은 녹차를 마신 후 30분 이내에 혈장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혈액뇌장벽을 통과해서 뇌의 신진대사에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다. 테아닌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켜서 우울증 예방 및 회복에 도움을 주며, 고요한 평정 상태를 유지하면서 고도의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알파파는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과 불안감을 완화시켜주고, 집중력과 암기력을 높여줘 학습능력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테아닌은 국내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기능식품 소재로서 등록돼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제조에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물질(Generally Recognized as Safe Substance, GRAS)로 인정돼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카테킨은 탄수화물과 지방의 소화 및 흡수를 억제해 체중을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서, 운동과 병행해 녹차를 꾸준히 마시면 건강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또 카테킨은 체내의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비타민C보다 높아서 노화를 지연시키며,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키고, 다양한 위장질환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의 생육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인체에는 체중의 45~75%에 달하는 수분이 존재한다. 총 수분의 2% 정도가 소실되면 가벼운 갈증을 느끼게 되고, 20% 정도가 소실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위해 하루에 물 6컵 이상을 섭취해야 하는데, 물과 가까운 음료인 녹차로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가꿔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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