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대 교수협의회(교협) 회장에 당선된 이정상 교수(의학과)는 △교수급여 사립대학 수준으로 향상 △교수 및 가족 복지제도 향상 △교수신분 안정 및 학문의 다양한 생태계 조성 △서울대 법인화법-정관의 합리적인 개정 △거버넌스 운영 체계의 합리적 개선 등 6개의 중심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현재 대학이 닥친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며 “모두가 단합해 흩어진 지혜를 모으도록 조율하는 발전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임 교수협의회 회장인 이정상 교수(의학과)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협 회장에 당선된 소감은=이번 교협 회장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의대에서 교수협 회장이 선출됐다는 점뿐만 아니라 개교 이래 처음으로 70퍼센트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는 현재 대학의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많은 교수들이 관심과 분노를 느끼고 개선을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법인화 이후 이사회 및 총장을 최상위 기관으로 한 수직적 관료 체계 하에 교수협은 단순 임의기구로 격하돼 해외 대학과는 다른 위상으로 대학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법적인 권한이 없어 견제 능력을 상실한 교협에서 의논된 사안은 힘을 갖지 못하며 잘못된 법인화 체제 속에서 모든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법으로 규정된 거버넌스 구조를 바꾸는 것은 국회의원의 영역이지만,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다. 나 또한 현재 직면한 문제 해결을 갈망하고 있으며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날치기 국회 통과로 진행된 법인화는 장점으로 부각되던 자율성과 수월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채 고전 중이다. 현재 6년차에 접어든 서울대법인은 격하된 지위와 불안정한 재정 조달 체제에 대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정 구성원 혹은 집단이 서울대법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호소해봐야 그들만의 원망밖에 되지 않는다. 구성원들 간의 의견 불일치로 싸움이 발생하는 것 또한 좋지 않다. 학내 여러 목소리를 수합하고 절충안을 도출해 논리적이고 협동적인 주장을 통해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공약은=현재 서울대에 필요한 것은 학내 여러 기구에 의결권과 심의권을 적절히 배분하는 ‘공유 거버넌스’의 확립이다. 이사회는 대학의 주인 혹은 최상위 기관이 아니며 대학의 운영은 교수 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에 이사회의 권한은 대학 재정 관리에 국한시키고 대학의 운영과 교육은 교협을 통해 심의 및 의결돼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 또한 이러한 공유 거버넌스 시스템 속에서 발전할 수 있었음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 거버넌스 속에서 교협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교협과 평의원회, 이사회 사이의 공유 거버넌스를 정립해 모순된 법인화 구조 개선에 앞서겠다.

◇시흥캠퍼스 논란에 대한 입장은=최근 일고 있는 시흥캠퍼스 논란이 과도한 대학 기업화의 전형적인 예시임을 고려한다면, 단지 법인화를 했다는 이유로 대학에 모든 재정 조달의 책임을 떠넘기는 과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한편 시흥캠퍼스의 예상되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시흥캠퍼스 개발을 거부하며 본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굽히지 않는 학생들의 태도 또한 전근대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말로 뼈아픈 점은 그러한 일부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교수사회의 리더십과 권위가 무너진 현실이다. 제33대 교협 회장단이 제대로 갖춰진 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함께 풀어가려 한다.

◇앞으로 교협이 학내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과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교협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 및 지지율은 나를 포함한 교수협으로 하여금 가장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 생각한다. 협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교협은 그 중심에서 편견 없는 중립적인 리더십을 통해 모두를 끌어안겠다. 평의원회 및 학생사회, 직원들과도 전략적으로 보조를 맞춰 협업할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위기(危機)란 글자는 기회(機會)의 기(機) 자를 포함하고 있는 단어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언제든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위기란 뜻이다.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혜를 모으고 조율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성공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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