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영 사진부장

지난 13일(목) 군인권센터는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일차적으로 반인권적 수사지시가 논란이 됐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수사방법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군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날 오후 8시경, KBS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해당 사건을 다룬 뉴스 리포트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상당히 편향적이었다. 리포트 영상에는 군형법 92조가 언급되나 그 법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또 동성애자 군인들이 군대 안팎에서 성적 행위를 했다는 내용은 다뤄지나, 그들이 겪은 반인권적 수사 방식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양측의 입장이 모두 담기지 않고 ‘인권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아래 수사를 진행했다’는 군 당국의 일방적인 입장만 담겨 KBS가 한 측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이자 소수자의 입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빠진 보도는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을 다루는 KBS의 방식은 내게 좌절감을 줬고, 이 치우친 보도가 갖는 파급력을 걱정하게 했다.

KBS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리포트 게시물의 혐오성 짙은 글과 해시태그가 사람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사건의 초점을 부대 내외부의 동성 성행위에 맞춘 보도와 마찬가지로, KBS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 역시 이 사건의 핵심을 ‘더러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행복하지 않은’ 동성 간의 성관계에 뒀다. 영상과 함께 ‘포르노 찍냐?’라는 글이 적혔고, ‘#언제 #어디서든 #성관계 #동성’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페이지 담당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급기야 해당 게시물에 달리는 혐오성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에 공감하는 답댓글을 달았다. 결국 사람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페이지 담당자는 자신의 댓글을 비롯한 혐오성 글을 모두 지웠다.

KBS의 사과문은 해당 게시글이 작성된 뒤 네 시간이 넘어서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다. 그러나 사과문이라고 올라온 글의 내용에서 KBS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찾기는 어려웠다. 우선 KBS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해당 담당자에게 ‘엄중히 주의 및 경고’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는 해당 담당자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어떤 적절한 책임을 지게 됐는지 알 수 없다. 또 구체적 조치를 밝히지 않는 것 이외에도, 사과문 뒤에 붙은 사족은 KBS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사과문은 분명 담당자의 글이 부적절한 멘션이라며 인정하면서도 ‘특정한 의도’가 없는 글이라고 했다. 특정한 의도가 없는 글이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에 분노한 것인가. 특정의도가 없이 이렇게 혐오성 짙은 글을 작성할 수 있을까. 담당자는 ‘드럽지도 않냐’라는 댓글에 공감을 누르며 ‘우웩’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영상을 올리며 동성 간의 성행위를 포르노라고 비하했다. 이 모든 행위들에 의도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분노한 것이다.

결국 KBS는 해당 사건을 다루며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했으며, 더불어 뉴스 리포트 영상을 SNS에 올릴 때 각종 혐오성 멘션을 덧붙여 물의를 일으켰다. 또 공정성을 바탕으로 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겠다는 스스로의 방송 강령을 위배했고, 동시에 소수자의 입장을 충분히 다루도록 하는 방송법 6조 역시 준수하지 않았다. 현재 KBS는 사과문이 논란이 된 이후에도 해당 사항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수십 개의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아직 네티즌들은 추가적인 피드백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상황이다.

KBS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사 중 하나며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다. 그런 KBS가 사건 보도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소수자 혐오성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KBS는 소수자를 다룸에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지 못했던 뉴스 리포트와 소수자 혐오발언을 공공연히 공식 SNS에서 재생산한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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