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 규명

▲ © 강정호 기자

 

단백질의 분해과정을 연구한 미국의 어윈 로즈(Irwin Rose) 박사와 이스라엘의 아론 치카노베르(Aaron Ciechanover) 박사, 아브람 헤르슈코(Avram Hershko) 박사가 지난 6일(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단백질 분해과정을 연구해 인체의 면역ㆍ노화과정을 밝혀낼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받았다.


1980년대 이전 대부분의 학자들은 단백질의 분해과정이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청소부 역할을 할 뿐이라고 보고 단백질의 합성과정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수상자들은 단백질이 분해될 때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가 방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는 오히려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그들은 단백질 분해 과정이 청소부 역할 외에 생명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밝혔냈다.  즉, 질병이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의 잘못된 화학작용으로 인해 생긴다고 본다면, 이런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물질에 단백질 분해작용이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단백질은 세포를 구성하고, 세포 내 화학반응의 단위인 물질대사의 경로를 조절하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해 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한다. 단백질이 분해될 때 분해 작용을 조절하는 촉매 역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또 촉매의 조절 작용에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로즈 교수 일동은 이 유비퀴틴을 통해 단백질의 분해과정에 접근했다. 병원균과 같이 세포 내 핵이 없는 원핵생물의 경우 서로 다른 단백질 분해효소들이 각각 자기가 맡은 단백질만 분해하기 때문에, 세포 내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쪽으로 분해될 단백질이 이동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세포 내 핵이 있고,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 동물이 속해 있는 진핵생물의 단백질 분해 효소는 이와 달리 각각 한 종류의 단백질만 분해하는 기질특이성이 없다. 따라서 진핵생물의 세포 내에서는 소멸해야 할 단백질이 단백질 분해 효소인 ‘265프로테아좀’으로 이동한다. 이 때 유비퀴틴은 분해돼야 할 단백질로 이동, 여러 개가 달라붙어 사슬형태를 이루는데 이를 ‘265프로아테좀’이 인식하면 단백질이 분해된다. 즉, 로즈 교수 일동은 유비퀴틴이 분해될 단백질에 달라붙어 일종의 표지 역할을 해서 분해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세포가 어떻게 단백질을 분해하는지 알게 되면 난치병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β-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쌓여 뇌세포가 죽어서 나타나는 질병인 치매의 경우, ‘β-아밀로이드’를 어떻게 분해하는지 알게 되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의 단백질 분해과정 연구는 근래에 들어 연구 인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설재홍 교수(생명과학부)는 “이 분야 연구는 지금부터가 시작”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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