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 | 음식과 기술의 만남, 푸드테크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에 찾아가고, 냉장고에 있는 요리 재료들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고, 시골에서 삼시 세끼를 직접 해 먹고, 편의점 음식을 조합해 먹기도 하고. 이젠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진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음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의 시대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즐겁게 먹는 게 대세다. 이런 대세를 따라가기 위해 등장한 것이 푸드테크다.

푸드테크, 어디까지 알고 있니?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식품 관련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한 새로운 산업형태다. 푸드테크는 식자재와 음식의 개발과 생산, 유통과 판매를 비롯해 배달, 음식 소비 데이터베이스화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조사에 의하면 창업 5년 이내에 가치 10억 달러를 넘기는 스타트업 상위 10곳 중 2곳이 푸드테크 기업이며 200조 황금 시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푸드테크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푸드테크를 이용하지만 익숙함에 젖어 그 편리함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앱을 통해 학생식당(학식) 메뉴를 살피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푸드테크가 활용된다. 가까운 예로 서울대 학식들의 하루 식단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앱인 ‘식샤’도 푸드테크에 해당한다. 앱을 사용하면 20개에 달하는 서울대 내 모든 학식의 메뉴를 보고 원하는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에 갈 수 있다. 이런 편리함으로 인해 현재 ‘식샤’의 사용자는 총 15,000명 정도다. ‘식샤’ 관리자인 조일현 씨는 “학교 식단 사이트가 4개 정도 있는데 그곳의 정보들을 크롤링*해서 하나로 합치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식단 평가 기능을 통해 학생들이 특정 메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푸드테크 중 하나는 모바일주문을 통해 바로 매장에서 음식을 픽업하거나 먹을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그중에서도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과 같은 음식배달 서비스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가 다양화·고급화되면서 웹상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면 싱싱한 식자재부터 유명한 맛집의 대표메뉴까지 모두 배달해준다. 이런 흐름에 맞춰 지역 농가에서 상품을 직송해 24시간 이내에 소비자 집 앞까지 전달해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다이닝코드’ ‘식신’ ‘이밥차’ 등과 같이 맛집을 추천해주거나 요리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흔히 사용하는 푸드테크 서비스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내 앞에

푸드테크는 다방면에서 소비자가 식사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 O2O 서비스 덕분에 식당은 공간을 아껴 손님의 수를 늘리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동시에 손님은 직접 장을 보거나, 긴 줄에서 대기하거나,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김소영 교수(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는 “한국인들은 시간을 단축해주는 편리함이라는 속성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편리함을 어필하는 푸드테크가 인터넷과 모바일의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마다 앱 ‘요기요’를 사용한다는 김대윤 씨(회사원·32)는 “소심한 성격 탓에 배달 전화를 못 하는 편인데 인터넷으로 모든 주문을 완료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며 “무엇보다 주문할 때 배달받고 싶은 시각을 같이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 맞출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물을 필요도 없어졌으며 한참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요리 동영상을 직접 찾을 필요도 없어졌다. 앱을 설치하거나 ‘카카오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서 식당에 관한 생생한 정보와 한눈에 들어오는 레시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푸드테크의 발달에 따라 한국인의 식문화도 변화했다. 인간의 식생활은 조리장소와 식사장소를 기준으로 외식과 내식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들어 스스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집에서 먹는 중간 형태인 ‘중식’ 시장이 발달했고 푸드테크는 이같은 중식 시장의 발달을 가속화했다. 김소영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from scratch’ 조리법에 익숙했기 때문에 조리나 반조리 식품, 심지어 전처리된 식재료도 내식에 이용하는 것에 다소 반감이 있어왔다”며 “푸드테크 산업의 발전은 이런 벽을 허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푸드테크가 나아가야 할 길

푸드테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트렌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달하고 이에 따라 2050년 육류 수요가 2000년대 초 대비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같은 인구증가로 발생할 식량난과 심각한 수준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친환경 음식의 자리를 푸드테크의 새로운 영역인 ‘뉴푸드’가 채우고 있다. 가짜 달걀이지만 맛은 같은 ‘비욘드 에그’로 만든 달걀 없는 ‘저스트 마요’와 ‘저스트 쿠키’, 가짜 고기로 만든 햄버거 등이 뉴푸드의 예다. 한국에서는 아직 연구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기존에 없던 대체식품을 만드는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김소영 교수는 “국내 푸드테크산업은 아직은 소비와 관련된 분야에 집중된 면이 없지 않아 타분야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원, ‘푸드테크 스타트업 경진대회’ 개최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푸드테크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관광벤처·푸드테크 통합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푸디웜’의 대표 김태훈 씨는 “음식 관련 서비스와 산업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사라지지 않을 분야”라며 “경기가 좋지 않고 생활이 힘들수록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음식산업이 번창할 것”이라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을 전망했다. 한편 김소영 교수는 “편리함과 개별화의 수준을 고도화하는 것도 좋지만 사회 혹은 환경에 대한 고려를 반영한 식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품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푸드테크. 푸드테크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더 이상 푸드테크 없는 식사를 상상하기 어렵다. 하루하루 혁신을 거듭하며 달라지는 우리의 식탁. 내일 우리의 식탁은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까 기대해본다.

*크롤링: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문서를 수집해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

삽화: 박진희기자 jinyher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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