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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낸 차 한 잔의 여유| 캠퍼스 | 다시 살아난 ‘다향만당’

두레문예관 2층엔 소박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가 우러나오는 작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다산 정약용의 시제(詩題)인 ‘다향만당’(茶香滿堂)이라는 문구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조그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통유리 밖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마주한 평화로운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꽃잎이 얹어진 차를 마시며 봄 향기, 차 향기로 몸을 한껏 채울 수 있다. ‘차 한 잔의 여유’가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이곳이 작년 말 폐업 위기에 처하자 ‘차 한 잔의 여유’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다향만당의 차내음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홍유정 씨가 꽃을 띄운 오미자차를 찻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

다향만당은 한국의 전통문화인 차를 즐기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느낄 수 있도록 2000년 9월에 조성된 학내 최초의 문화 휴식공간이다. 이곳에선 은향, 연, 홍차 등의 다향차(茶香茶)와 국화차, 오미자차 등의 대용차(代用茶)뿐만 아니라 단호박 스무디, 곡물라떼 등 전통 간식을 변용해 만든 간단한 를 즐길 수 있다. 통유리 으로는 관악산의 전경이 훤하게 펼쳐져 있어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느끼기 힘든 자연과의 어우러짐 담백함이 가득하다. 다향만당을 즐겨 찾는다는 안선희 씨(국어국문학과·14)는 “나무로 둘러싸인 포근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며 “인사동의 전통찻집과 같은 분위기를 교내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한국의 전통차를 맛보기 위한 외국인 손님도 이곳을 많이 찾기에 다향만당은 교내에서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다향만당 직원 이정애 씨는 “외국인, 교수, 학생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이 이곳에 찾아온다”며 “언어교육원 등의 학내 기관에서 한국 다도와 전통 예절을 익히기 위해 이곳에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다향만당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으로부터 일방적인 폐점 통보를 받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생협 “이용률이 저조해 폐점이 논의됐다”고 폐점을 결정했던 이유를 밝혔다. 평소 다향만당의 단골손님이었던 홍유정 씨(자유전공학부·13)는 다향만당의 폐점 예정 소식을 접한 뒤 생협의 결정에 반대하며 홀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생협이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긴 하지만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적자가 나지 않는 이상은 계속 운영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단매출의 감소로 인해 상징적인 공간을 없앤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서명 운동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커피의 카페인에 유독 약하고 프랜차이즈 카페의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다향만당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홍 씨는 “이곳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라고 다향만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공감한 사람들이 서명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약 530명 정도의 서명이 모였고, 생협에서는 이를 참작해 앞으로의 매출 추이에 따라 폐점 여부를 결정하기로 공고를 변경했다. 서명 운동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다향만당은 여전히 폐점 위기에 놓여있다. 생협 “1~2년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폐점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향만당을 자주 이용한다는 유서희 씨(정치외교학부·16)는 “때로는 커피가 아니라 전통차를 마시고 싶은 날도 있다”며 “다향만당이 폐점되면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다향만당의 폐점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홍유정 씨는 보다 체계적으로 다향만당을 지키고자 다향만당 TF를 구성했다. SNS 등을 통해 전통 문화공간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모였고, 현재 약 10명 정도의 규모로 다향만당 TF가 활동하고 있다. 다향만당 TF에 소속된 최길웅 씨(컴퓨터공학과·13)는 “두레문예관에 갔다가 우연히 다향만당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이곳을 즐겨 찾게 되면서 TF팀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차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싶다”고 TF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다향만당이 폐점 위기를 겪게 된 이유가 홍보 부족이라고 판단한 다향만당 TF는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이벤트 진행하며 홍보 활동에 힘쓰고 있다. 홍보는 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인증샷, 해시태그 등으로 참여하는 이벤트로 구성된다. 최근에 신학기·새내기 맞이 이벤트를 통해 다향만당을 찾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으며 올 초엔 17학번 학생들이 선배와 함께 오면 약과를 제공하는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홍유정 씨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씨는 “최근에 사람들이 페이스북 등 SNS에서 다향만당 소식을 접하고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다향만당 TF는 올해 5월쯤에 축제 부스를 통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매출이 가장 낮은 방학 때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다향만당에서 활짝 핀 관악산 벚꽃 무리와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카페에서와는 달리 낯설면서도 정겹게 다가왔다. 카페 가득한 차향과 잔잔한 음악 소리는 이곳이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 ‘차 한 잔의 여유’를 알려주는 휴식처임을 느끼게 한다. 다산 정약용의 ‘다향만당’(茶香滿堂) 구절처럼 바로 이곳, 다향만당에서 ‘차 달이고 향 사르며 그윽한 정취를 구해’보는 것이 어떨까.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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