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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국문과) P교수의 논문 표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P교수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사태에 대해 해명한 내용(『대학신문』 4월 3일 자) 중 일부 사실관계가 틀렸음이 드러났다. 한편 P교수가 자신의 지도 학생이었던 K씨(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의 아이디어를 표절해 강의를 진행하고 논문을 작성한 바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국문과 교수들은 P교수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사태의 전말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처음 제기됐던 표절 의혹과 관련해 P교수는 자진철회 공표 시기에 대해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음이 밝혀졌다. P교수는 2005년 국제비교한국학회의 학회지 『비교한국학』 13권 1호에 실린 자신의 논문 「한국 근대문학과 번역의 문제: 해외문학파의 번역론을 중심으로」에 대해 “학회의 규정에 따라 자진철회 절차를 밟아 지난해 6월 학회지에 해당 논문에 대한 자진철회가 공표됐다”고 전한 바 있다.(『대학신문』 4월 3일 자) 하지만 그의 답변과 달리 자진철회 사실은 지난해 4월 해당 학회지에서 공표됐다. 지난해 4월 출간된 국제비교한국학회 『비교한국학』 24권 1호에 실린 ‘학회 공지’에는 해당 논문의 취소 결정과 함께 해당 저자에 대해 향후 1년간 논문 투고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해당 논문의 철회 사실을 학과 및 학교에 알린 경위와 보고 주체에 대한 P교수의 설명에도 잘못이 있었다. P교수가 표절로 인해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9월 말에야 국문과 교수진과 대학원생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대해 P교수는 “학회의 절차가 마무리된 후 이를 학과 및 학교에 보고했다”고 전한 바 있다.(『대학신문』 4월 3일 자) 하지만 P교수는 학과에 철회 사실을 자진해서 보고하지 않았으며, 철회 사실을 본부에 알리고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국문과였다. P교수는 “자진철회 절차를 밟는 것과 관련해 당시 인문대 학장을 만나 의논했었다”며 “자진철회를 하면 철회 사실이 학술지 및 학회 홈페이지에 학회 공지에도 실리게 되기에 그 사실을 따로 학과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과에서도 공지를 보고 철회 사실을 알게 돼 문의가 들어와 학과장에게 경위를 해명했다”고 전했다. 국문과 이현희 학과장은 “학과 차원에서 본부에 P교수의 논문 철회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으며 P교수도 “학과장이 본부에 알렸다”며 지난번의 진술을 번복했다. 한편 해당 논문이 철회된 배경에는 학계의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국문과 A교수는 ‘자진철회’라는 말을 비판하며 “표절 사실이 밝혀지고 학계에서 압력을 가하니까 본인이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표절 의혹이 제기됐던 P교수의 논문과 관련해서도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주체는 P교수가 답한 바와 달랐다. 2007년 한국비교학회의 학회지 『비교문학』에 실린 P교수의 논문 「근대 이후 서구수사학 수용에 관한 고찰」은 지난해 가을 국문과 내부 제보에 의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초 P교수는 “해명서를 학과에 제출하고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나(『대학신문』 4월 3일 자) 심의 요청의 주체는 P교수가 아닌 국문과였다.

논문 표절 논란과 함께 P교수가 대학원생 K씨의 아이디어를 표절해 강의를 하고 논문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K씨는 P교수가 자신의 석사 논문 아이디어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2013년 3월부터 피해를 호소해왔다”고 전했다. K씨에 따르면 P교수는 2013년 1학기에 개설했던 강의에서 K씨의 논문계획서의 내용을 도용했다. K씨는 “P교수가 강의에서 사용한 원고는 나의 논문계획서에 있던 문단의 주장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었으며 나의 논문계획서와 유사한 문장들 및 표현들로 점철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교수가 나의 핵심주장이 드러나는 발상이 내포된 문장 하나를 의문형으로 변조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K씨는 “후배의 강의필기노트에는 P교수의 원고에는 없었던 나의 다른 아이디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P교수는 K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P교수는 해당 의혹에 대해 “K씨가 6~7년 전부터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이를 지나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표절이 확실히 의심된다면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학내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P교수는 “양쪽의 자료와 해명이 다르다면 이는 당연히 학과를 거쳐 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시비를 가릴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P교수는 “2012년 10월 인권센터에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나와 K씨, 인권센터가 3자 만남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인권센터의 중재가 있었으나 K씨가 거절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K씨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애당초 연구진실성위원회와 인권센터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두 기관 모두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돌려 문제제기가 좌절됐다”고 밝혔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원고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거나 표절 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편 K씨는 해당 사태와 관련해 국문과 구성원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국문과 현대문학 대학원 재학생들 중 일부는 ‘표절 사태에 관한 현대문학 대학원생들의 입장’을 공표했다.(『대학신문』 4월 3일 자) 입장문에서 대학원생들은 ”현대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은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국문과의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이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음에도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씨는 “수년간 피해를 호소해왔음에도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이 사태에 무관심했다”며 “심지어 일부 대학원생들은 사건을 은폐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가을 P교수의 표절 사실을 공표한 학회 공지문을 당시 조교에게 문자로 전송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표절 의혹을 사는 P교수의 논문들이 점차 발견되면서 P교수가 대학원생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국문과 교수들의 의혹도 커지고 있다. A교수는 “이 문제를 예전부터 들어왔으나 사제 관계에서 이런 문제로 간혹 학생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 설마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을 못했었다”고 말했다. 국문과 B교수는 “애초에 P교수가 교수들에게 표절 논문이 1~2건 뿐이라고 호소했었다”며 “교수들이 그 해명에 기초해 ‘이 사태를 너무 문제화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학생이 교수를 괴롭히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거꾸로 학생이 교수에게 핍박받아온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수들이 같은 교수의 입장을 이해해주려고 의도적으로 학생을 문제 삼으려고 한 듯도 하다”고 밝혔다.

한편 두 번의 표절 의혹에 이어 「국민일보」 3월 16일 자 기사에 의해 세 건의 표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황에서 국문과 교수들은 해당 사태를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 교수들의 중론이다. A교수는 현재까지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들에 대해 “빙산의 일각인 것으로 보이기에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P교수의 표절 문제와 관련해 B교수는 “교수들 간에 입장 차가 있지만 사태를 밝히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며 “학과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P교수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운영 중인 ‘국문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까지 관련 제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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