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면 몰래 금서 넘겨줘”

 

▲ © 노신욱 기자

 

1980년대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은 민족과 사회주의 관련 학문에 대한 대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였다. 당시 사회과학 서점은 학생 운동 전단을 인쇄하고 금서를 비밀리에 판매했기 때문에, 경찰 당국의 주요 감시 대상이었다. 건국대 앞의 인서점 역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질곡이 남아있는 사회 과학서점 중 하나다. 인서점 주인 심범섭씨를 만나 5공화국 시절의 금서와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0년대 전후에는 금서가 어떤 식으로 통제됐나.
반공법과 보안법이 국가보안법으로 통합ㆍ개정된 1985년 이후에 금서에 대한 검열이 강화됐다. 주로 출판 이후 서점에서 판매되던 책이 금서로 지정된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구속된 운동권 인사들에게 널리 읽혔던 책의 판매와 소장이 금지됐는데, 이는 당시 경찰이 책 내용을 문제 삼기보다는 금서를 ‘반국가단체 조직망 색출을 위한 단서’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금서 소유자를 구속한 후 가택 수색과 주변인 취조를 통해 조직망 여부를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판금 도서의 경우 어떻게 판매했나.
어느 정도 판매가 묵인되는 금서는 진열대에 내놓고 판매했다. 그러나 엄격하게 통제된 책은 숨겨놨다가 학생들이 선후배나 친구 소개를 통해 찾아오면 확인하고 책을 건네주었다.

▲서점에 대한 검열은 어떻게 이뤄졌나.
두 달에 한 번 경찰이 찾아와 책을 검열하고 문제가 되는 책은 ‘상품판매포기 각서’를 받아 반품하게 하거나 압수하고, 서점 주인을 경찰서로 호출했다. 인서점의 경우 운동권 인사들이 많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경찰의 주된 감시 대상이었다. 서점 근처에 설치된 몰래 카메라와 도청장치로 감시받은 적도 있었고, 검열에 걸리면 구속 영장도 없이 경찰서로 끌려갔다.

▲현재에도 금서를 판매할 경우 제재를 하는가.
지금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만큼 금서목록이 해제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시대가 바뀐 만큼 검열이 형식적으로 변했다. 두 달에 한번 찾아오는 경찰들의 경우 ‘상품판매포기각서’를 여전히 요구하지만 책을 반품하게 하거나 압수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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