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기예보에서 우산을 준비하라는 말보다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준비하라는 말이다. 학내에서도 마스크를 낀 사람들을 이전에 비해 훨씬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날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미세먼지 탓이다. 지난 6일과 7일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기록되며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때마다 정부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주의를 시킬 뿐,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이전에 상황 파악에서부터 상당히 미흡하다. 미세먼지 관련 국내 환경기준부터가 문제다. 환경부가 제시하고 있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WHO의 권고기준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관대하다. 미세먼지 일평균 기준치를 WHO에서는 25㎍/㎥로 보고 있지만, 환경부는 이를 두 배나 상회하는 50㎍/㎥를 기준으로 두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의 환경기준인 35㎍/㎥과 비교해도 상당히 관대하다. 2016년 1년간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일평균 기준치를 초과한 일수가 환경부 기준으로는 13일에 불과하지만 WHO 기준으로는 169일로, 이틀에 한 번꼴로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했었다. 환경부는 국내 기준이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 모델로 중국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수준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은 국내적 요인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한국 미세먼지 문제의 상당 부분이 국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원의 절감을 위한 관련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규제책을 마련토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의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바, 국내적 요인에 대한 해결책이 우선 제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면 미세먼지 차량2부제 실시, 관공서 미세먼지 배출원 절감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저감조치를 취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실제로 시행된 사례는 전무하다. 대부분의 저감조치가 자율 참여에 기대고 있어 실효성이 미비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업무가 환경부에서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으로 이관되면서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인 사업장에 대한 환경부 차원의 감시가 불가해졌다는 점도 문제다. 경유 차량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실효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민간에 미세먼지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화창한 봄날 나들이에 나선 가족, 뉴스에서 날씨 관련 소식을 전할 때 쉽게 접해왔던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점점 어려운 일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겉보기에는 맑은 날씨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꺼리게 된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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