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국제화를 대학 혁신 주요사업의 하나로 선포하고, 이에 따른 ‘2차 10대 국제화 사업’을 2010년부터 추진한 지 7년을 맞았다. 적극적인 개방과 국제화 정책 덕분에 외국인 교환·방문 학생 수는 1,300여 명을 웃돌며 안정화되고 있고 ‘스누인 월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학생들이 국제무대로 나아갈 기회도 확대됐다. 국제적인 대외홍보에 주로 쓰이는 국제대학랭킹도 크게 상승했다. 영국의 QS 세계대학랭킹에 따르면 서울대의 순위는 2010년 50위에서 2016년 35위로 15계단 상승했다.

하지만 높은 대학 순위를 보고 찾아온 외국인 교원들은 열악한 연구 환경에 실망해 다시 떠나고 있으며 서울대에서 정규 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오는 외국인 유학생 수 역시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던 외국인 교원들이 낮은 연봉과 낙후된 연구 환경 등을 이유로 서울대에서 경쟁 대학으로 떠나고 있다. 또 학부 정규 학위과정 외국인 학생은 2014년과 비교해 40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에 『대학신문』은 학내의 외국인 구성원들을 초대해 좌담회를 열고 그들이 생각하는 서울대 국제화의 문제점과 내실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회의 참가인원은 스누버디, 국제대학원 학생회, 국제교수회 등 학내 외국인 구성원 단체로부터 초청한 외국인 구성원 5명으로 이뤄졌다. 1학기 이상 학교에 몸담은 외국인 교원들과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대의 국제화는 우수한 양적 지표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여전히 여기저기서 속앓이 중이었다.

⁎좌담회의 내용은 실제 발언을 바탕으로 기자가 편집방향과 가독성을 고려하여 재구성했습니다. 본 기사의 영문판은 『대학신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is to be uploaded on the SNU Press website(https://goo.gl/khiqo1).

참여패널

△데이비드 라이트 교수(고고미술사학과): 외국인교수협회 운영진, 2010년부터 본교 재직 중

△올가 페도렌코 교수(인류학과): 2015년부터 본교 재직 중

△벤자민 부티에그(경영학과·16): 교환학생, 영국 뉴캐슬대 경제학과

△벤자민 카르티에(국제학과 석사과정·16): 국제대학원 학생회 국제지역학 학생부대표

△톰 노리스(국제학과 석사과정·16): 국제대학원 학생회 국제협력학 학생대표

1. 우리도 정말 서울대 가족 맞나요?

본부가 다수의 외국인 교원과 학생을 수용하는 것과 기존의 한국인 구성원들이 실제로 외국인 구성원들을 ‘우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좌담회에 참석한 외국인 구성원들은 모두 “아직도 배제 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 구성원들의 배타적인 분위기나 학교 사회 구조 상의 구별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낮은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문제의 원인으로 △폐쇄적인 학풍 △외국인과 한국인 간 관심사의 차이 △의사결정구조에서의 배제 △통합적이지 않은 학생사회 구조 등을 들었다.

사회: 어떤 때에 외국인 구성원으로서 배제 당한다는 느낌이 드는가?

올가 페도렌코(페도렌코): 서울대의 많은 한국인 교수들은 여기서 학부나 대학원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이미 학교 문화나 네트워크를 잘 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의 역사나 문화, 분위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벤자민 부티에그(부티에그): 외국인 학생들이 여기 열심히 공부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년 크리스마스 방학 직전 시험기간에 친구들과 시험공부를 하다가 함께 불평을 했는데, 한국인 친구들이 “넌 교환학생이니까 성적이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라고 말했다. 한국인 학생들과 같이 팀 과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팀원들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과제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교환학생들은 여기 놀러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톰 노리스(노리스): 내가 정규 학위생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은 내가 몇 달만 있다가 떠날 것이라고 속단해 깊은 관계를 맺기 주저한다. 매번 “나는 유학생이기 때문에 여기 오래 머문다”고 설명해야 한다.

사회: 학교의 외국인 집단과 한국인 집단의 융화가 잘 일어난다고 느끼는가?

노리스: 외국인 학생이 한국인 집단과 외국인 집단 중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서울대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굉장히 다를 수 있다. 국제대학원 학생들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두 집단 간에 융화가 잘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나눠진다. 학생회 운영진으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두 집단 사이의 통합이다.

부티에그: 최소한 어느 집단에 속할지 선택지는 주어져야 한다. 스누버디를 비롯해 외국인과 한국인이 만날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하는 노력은 훌륭하지만, 각 단과대나 학과에서 이런 공동체에 참여하지 않는 한국인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서울대에서는 (외국인이) 과나 반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힘들다. 전공 수업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학과 행사를 통해 원래 서로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이 섣불리 끼기 힘들다. 최소한 학과나 반 차원에서 외국인 구성원들을 공식적으로 한국인 구성원들에게 소개해 주는 자리는 있어야 한다. 우리가 교환학생으로서 정말 한국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외국인 구성원으로서 학교 사회의 각종 문제에 대해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노리스: 외국인이라면 한국인 학생들이 당연시하는 학생사회 참여나 대표 자격도 얻기 힘들다. 국제대학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우리 목소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예컨대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기도실을 국제대학원 건물에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이를 거부당했다. 학생회는 당연히 무슬림 학생의 목소리도 대변해야 하므로 계속 방법을 찾았다. 찾는 도중에 학생회에서 이런 문제 때문에 항의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결국에는 다목적실을 기도실로 마련할 수 있었지만 한국인 학생에 비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통로나 선택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부티에그: 외국인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마련이 필요하다. 문제가 있어도 대부분은 나서지 않는다. 내 모교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고 이를 전담하는 학교 부서도 있었다. 국제협력본부에 이런 민원 상담실과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2. 언어장벽 뛰어넘을 발판을 놓아 주세요

국제화의 고질적인 장애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것이 언어장벽이다. 벽을 허물기 위한 학교의 다양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외국인 구성원들에게는 언어장벽이 아직도 높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근본적인 개선책으로는 학술 분야에 집중한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과 언어프로그램 비용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됐다. 현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지원방안으로 기초교육원의 한국어 피어튜터링과 인문대 국제화지원센터의 한국어 연습프로그램 등이 있지만 홍보가 부족한 실정으로 드러났다.

사회: 한국인과 외국인 집단이 융화되지 못하는 것도 결국 언어장벽이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지?

데이비드 라이트(라이트): 학교 차원에서 외국인 구성원들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자극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스웨덴 대학에서 공부나 연구를 하려면 2년 안에 스웨덴어를 배워야 하고 마지막에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필요한 강좌를 다 제공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일단 한 언어를 배우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한 오랫동안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 머물면서 계속 연구하고 싶어질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장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언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진급에 이점을 준다든지 하는 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페도렌코: 성균관대는 국제한국학센터에서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한국어 학습과정을 개설한다. 이에 비해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너무 일상적인 한국어 위주다. 대다수 외국인 교원이나 연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전공연구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학술 한국어다.

노리스: 언어교육원에서의 한국어 강의 비용이 많이 부담되지만 ‘서울대 글로벌 장학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홍보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 외국인 구성원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한국인 구성원이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리스: 공대 일부 강의에서 강의계획서에는 영어진행이라고 쓰여 있지만 막상 가보면 한국어로 진행하고 이해 못하는 사람은 거수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결국 그 강의를 수강했던 친구는 제대로 강의를 들을 수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내용을 다 녹음한 후 집에 와서 다시 번역을 해가며 공부해야 했다. 강의계획서에 영어를 사용한다고 돼있으면 끝까지 영어로 이뤄져야 한다. 영어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다는 것도 문제다. 영어 강좌를 더 많이 제공하고, 한국인 구성원들이 영어로 강의를 수강하면 그에 상응하는 이점을 줘야 한다. 다른 아시아나 유럽 국가들, 싱가포르, 홍콩, 독일의 명문대처럼 영어 공용화 정책을 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서울대가 그런 학교의 정책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벤자민 카르티에(카르티에): 그렇다고 해서 캠퍼스 내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글로벌 대학 기준을 논하려면 한국인 학생들을 무작정 외국에 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서울대에서 이런 기회를 늘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의 많은 외국인 구성원들과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한국인 학부생들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3. 배려 없는 행정시스템, 접속조차 어려워요

한국인도 복잡한 학교 행정시스템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는 마이스누를 비롯해 대부분의 학내 온라인 행정 시스템을 영어로 지원하고 있지만 외국인 구성원들을 위한 작은 배려는 아직 부족해 보였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국제협력본부가 담당하지 않는 행정업무에 대한 지원 부족 △외국에서 호환되지 않는 형식의 서류파일 사용 △복잡하고 과도한 행정절차 △영어로 지원되지 않는 일부 온라인 시스템 등이 있었다.

사회: 학교의 행정지원시스템이 과도하게 복잡하다거나 절차가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나?

페도렌코: 연구예산을 지원 받는 데 기회가 제한돼 있다고 느낀다. 서류 작업, 행정 업무 때문에 조교와 함께 몇 시간 동안 씨름한 적이 있다.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지원을 포기하고 사비를 들여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행정 업무 처리에 쏟을 시간을 연구에 더 투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이트: 관대한 연구비용 지원에 만족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 대학들과 비교해봐도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해 오는 데 충분한 예산을 쓸 수 있도록 배려가 잘 이뤄진다. 다만 ‘연구비 원스톱 온라인 시스템’에서 모든 출판, 연구, 학회 등을 관리할 수 있는데 영어 지원이 완전하지 못하고 절차가 복잡하다보니 외국인 구성원은 그 기회에서 멀어진다. 각종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보내는 공지가 이미지 파일로 이뤄지는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 최소한 텍스트와 같은 문서 형식으로 이뤄지면 번역기를 사용해 볼 수 있는데 이미지 파일로 오면 중요한 정보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모든 공지를 영어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주 사소한 배려인데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카르티에: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뤄져야 하는 서류작업이나 요구사항이 많은데 이에 대한 안내가 일찍 이뤄졌으면 좋겠다. 미리 받은 문서양식도 hwp파일처럼 외국에서 호환되지 않는 형식이 많았다. 사소한 업무에 서류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축구장을 예약하는 과정에도 서명을 받고 서류를 요구한다. 온라인 시스템은 항상 지원 예정이라고만 하고 아직도 영어가 지원되지 않는다.

노리스: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서류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크리스마스 방학기간에 미국 집에 돌아가 있었는데 기숙사에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촬영해서 제출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기숙사 건강검진의 경우 6개월마다 갱신을 요구하는데 아무 문제없이 지난 학기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했음에도 다시 요구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있을 기간에 서류를 요구하는 것도 사소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처럼 검사비가 저렴하지 않아서 결국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4. 차별투성이 캠퍼스 생활, 무력감 느껴요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적인 대우는 학교 곳곳에서 눈에 띈다. 패널로 참가한 페도렌코 교수는 작년 10월 캠퍼스 내에서 성차별적인 추행 사건을 겪고 온라인 공개서신을 통해 이를 공론화한 바 있다. 여러 외부 매체에서 이를 다뤘지만 정작 본부는 이 사건 이후 이렇다 할 후속대처나 향후예방책을 내놓지 못했다. 또 인권가이드라인 초안이 마련됐지만 외국인 구성원은 이에 대한 존재여부나 학내 인권센터 이용 방법, 한국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을 위해 짓고 있는 기숙사를 비롯한 주거정책도 재고가 필요해 보였다.

사회: 캠퍼스 내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부티에그: 많은 학생들이 본국이었으면 제기했을 문제를 한국이라서 참는 것을 봤다. 택시 승차거부라든지 외부인이 캠퍼스에서 전도를 이유로 다가오는 것도 차별이고 추행이지만 문제제기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노리스: 저번 학기 초에 국제협력본부에 현지 경찰이 와서 영어로 신고절차를 설명하고 명함도 나눠줬다. 그런 정보를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교내에 인권센터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친구가 많다. 국제대학원에서는 인권센터 교육이 의무인데 외국인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이런 교육이 더 접근성 있고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회: 지난해 약 1,000명 규모의 ‘외국인 학생기숙사’가 첫 삽을 떴고 빠르면 다음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노리스: 주거공간이 더 확보되는 것은 좋지만 왜 분리돼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외국인 기숙사는 심지어 원래 기숙사 위치보다 더 멀기 때문에 한국인과 외국인 간 상호작용 기회도 더 줄어들 것이다. 이전에 연세대에서 그런 기숙사에서 지내봤는데 시설은 훌륭했지만 한국인 학생과의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인 전용 기숙사보다는 두 집단 간의 융화를 노릴 수 있는 통합 기숙사가 필요하다.

부티에그: 외국인을 더 많이 끌어오는 전략인 동시에 한국 학생들로부터 분리하려는 전략으로 느껴진다. 내 모교에도 외국인 전용 기숙사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신청 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였다. 주로 음주문화 때문에 무슬림 학생들이 외국인 기숙사에서 많이 거주했다. 서울대도 이런 식으로 선택지를 주면 좋을 것 같다.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분실물이 발생했을 때 생활면에서 한국인 학생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외국인 기숙사는 이런 점이 어렵지 않을까.

5. 시흥캠퍼스, 어떻게 세계를 품을 건지 궁금해요

멀티캠퍼스를 구상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현재까지 국제캠퍼스, 글로벌캠퍼스, 국제화 선도형, 국제사회 공헌형 캠퍼스 등 본부의 시흥캠퍼스 설립계획에서 ‘국제화’는 빠지지 않았지만 정작 외국인 구성원들은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대응하는 학생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새로운 캠퍼스가 국제화를 추구하는 이상 외국인 구성원을 빼놓고 계획이 논의될 수 없지만 본부와 학생사회는 외국인 구성원을 이 논의에 포함시킬 필요를 충분히 느끼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좌담회 패널들은 캠퍼스 건설보다 국제화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사회: 시흥캠퍼스는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오랫동안 공론화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노리스: 외국인 학생이라면 이런 형태의 캠퍼스 이슈에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외국인이면 여기 잠깐만 있다가 갈 것이고 이건 이 곳의 문제니까 말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카르티에: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집회나 학생총회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많은 학생단위가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국제대학원 쪽으로는 이런 정보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

사회: 시흥캠퍼스는 국제화를 주요 기조 중 하나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노리스: 열린 교육과 국제화를 지향하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가 의문이다. 연세대나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사태와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다. 관악캠퍼스보다 더 국제화될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서울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카르티에: ‘새 캠퍼스를 짓는 것’과 ‘글로벌한 것’ 사이엔 상관관계가 적다. 여기(관악캠퍼스)서도 국제화는 가능하다. 내가 한국의 대학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캠퍼스가 크고 모든 사람들이 여기서 머문다는 것이다. 그런데 캠퍼스가 분리된다면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경희대의 사례를 봐도 국제캠퍼스가 수원에 있긴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대학의 가치를 높이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유럽 명문대의 캠퍼스 확장 사례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부티에그: 유럽의 거의 모든 학교들이 비슷한 확장을 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런던과 말레이시아에 캠퍼스가 있다. 결국 돈을 더 벌려는 상업화의 일환이고, 새로 지은 캠퍼스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 시흥캠퍼스의 경우 서울을 떠나서 더 작은 도시로 캠퍼스를 확장하는 건데 학생들이 여기에 매력을 느낄지 모르겠다. 여기서 공부하는 것보다 등록금이나 주거비용을 낮춘다든가 하는 유인이 필요하다.

라이트: 단순히 건물 부지를 사고, 캠퍼스를 짓는다고 해서 국제화가 이뤄지진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제화를 이룰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캠퍼스 자체가 국제화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실제적인 정책과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페도렌코: 본부는 원하고, 학생들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른다. 외국인 구성원들에게 오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관악캠퍼스가 과밀화됐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연세대가 송도 국제캠퍼스를 지은 후 많은 비판이 잇따랐고 몇몇 학자들이 이에 대해서 연구도 진행했다. 한국에 있지만, 사실 한국에 있는 것 같지 않고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어떤 건물을 짓는지가 아니라 그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국제화의 주체는 건물이나 캠퍼스가 아니라 사람이다.

국제화 사업에 있어 서울대가 진정한 내실화를 이루고 세계 명문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본 좌담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사업에 새로운 방향 설정이 시급해 보인다. 대다수 외국인 구성원들은 거시적인 정책 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소한 부분에서 목소리를 더 귀기울여 들어주는 것과 같은 조그만 배려를 바랐다. 그 배려는 야심찬 기조설정, 거창한 성과가 아니라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을 같은 ‘우리’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