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 서울대에 봄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3월 한 차례 홍역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5월 초 학교 본부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은 재점화됐고, 학생들에 대한 학교 본부의 형사 고발과 제명 징계 발표를 통해서 알 수 있듯 그 갈등은 최고조에 치달은 상태다. 신뢰를 잃고, 신뢰가 없는 대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바다.

물론 5월이기는 하지만 4월 17일 자『대학신문』에서도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신뢰’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집자가 의도한 바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하지만 기사의 머리가 모두 그 쪽을 향해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우선, 1면 ‘특대위 활동 시작, 별개로 학생행동 꾸려져’ 기사는 학교에 맞선 학생들 사이에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몇 주간 『대학신문』은 꾸준히 학교 본부를 규탄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담아왔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균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학신문』은 이를 단순 보도하는 것뿐 아니라 사설 ‘총운위는 신뢰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를 통해 『대학신문』의 목소리를 뚜렷이 냈다.

‘국어국문학과 P교수 진술 사실과 달라, 표절 논란 규명은 아직’ 기사를 통해서도 신뢰가 무너진 대학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대학신문』은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일목요연하게 해당 교수를 둘러싼 논문 표절 논란을 보도했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의 입장뿐 아니라 해당 학과 교수들의 여러 입장을 담아 문제의 심각성이 잘 드러날 수 있었다.

국가에 대해 깨져버린 국민들의 신뢰는 여러 기사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우선, 4월 17일 자 발행된 신문인만큼 세월호의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왜 아직도 세월호를 잊지 못하냐’는 소음들 속에서『대학신문』은 세월호 희생자의 어머니를 인터뷰 해 잊지 못할 아픔을 잘 담아냈다고 본다. 특히, ‘엄마가 믿었던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는 제목에서 더 이상의 믿음을 갖기 힘든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반올림 농성장, 옥시불매캠페인 현장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안전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중심에는 국민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정부의 시스템들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가 불신 사회에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5월 9일 진행된 선거 이후 우리나라는 변화와 청산의 길, 사실상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 재단하긴 힘들지만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움직임들 속에서 무너진 ‘신뢰’의 벽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흐름에 발 맞춰 아직은 봄이 오지 않은 서울대도 하루 빨리 온기를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한선회 편집국장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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