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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정치 사이에서
  • 대학신문
  • 승인 2017.05.14 07:03
  • 수정 2017.05.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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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술의 형식이나 내용은 특정 국가, 문명의 규정을 받아 수많은 변형된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지만, 역사서술의 존재 근거를 국가라는 집단에서 구하는 방식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역사와 정치는 언뜻 서로 먼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역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지적 자산이지만 동시에 특정 권력이 역사를 도구로 삼아 지배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장악, 지배’를 의미한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역사가 언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라 밖으로는 영토 분쟁 등 각 국의 이익과 맞물린 역사 서술, 그리고 나라 안으로는 수많은 이해집단 간의 역사 활용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말 그대로 ‘역사 전쟁’의 시대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지나오며 모든 것들이 의심받고 그야말로 모호한 가치들 속에서 진리가 위협당하는 이때, ‘불안’이라는 코드는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동북공정뿐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시한 역사의 정치적 활용 그 이면에 나타난 것은 가려졌던 불안한 한국 사회의 단면입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이 치솟는 등의 시대적 흐름 속에 그들이 체감하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은 매우 큽니다. 이들이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전직 대통령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자극적인 소재들로 주변을 냉소하며 자조하는 경향이 퍼지고 있는 현상은 결코 그들만의 책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담당해야 할 기성세대는 영달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에 빠진 채 정처 없이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는 역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거부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역사 대화 및 화해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사후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대립을 위한 대립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비판적 성찰을 통한 안정을 도모해야 합니다. 국내의 정치 및 사회적 안정이라는 기반이 없다면, 중국의 역사공정과 같은 노골적인 대국주의의 표방이나 일본의 자위권 확대 등 갈수록 짙어지는 힘의 논리에 온전히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난국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단계의 과업부터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장미대선 이후 전개될 정책 기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보다 진전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윤
사범대 석사과정·17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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