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응창 기자

날씨 맑은 날, 도로 위를 시원하게 달리는 한 무리의 자전거 혹은 인라인 스케이트 행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몸을 움직여 놀고, 쉬는 시간 친구들과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 일석이조의 레포츠에 한번 도전해 보자.

대학에서 레저 스포츠(레포츠)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90년대 후반 학생들의 생활이 넉넉해지고 ‘가족같은 관계’를 요구하던 전통적 동아리에 학생들이 등을 돌리면서 레포츠 동아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에 인라인 스케이트 모임인 ‘위키드(wicked)’를 비롯해 ‘서울대 동문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스노보드 동아리’ 등이 생겼다.

이들은 기존의 동아리연합회와 같은 제도적 틀 안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아리 ‘위키드’의 임동혁씨(임산공학과·99)는 “체계보다는 자유로움이 우선”이라며 “가입양식은 따로 없고 웹에서 인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의 쾌감’ ― 인라인 스케이트
인라인 스케이트는 지난 98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그리고 5년만에 약 250만명(2003년 4월 판매량 기준)의 사람들이 즐기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생활체육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스케이트 선수들의 여름철 훈련용으로 쓰이던 인라인 스케이트는 스키 부츠에 3∼5개의 폴리우레탄 바퀴를 달아 평지에서 스케이팅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실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은 “일단 타기 시작하면 ‘속도감’과 ‘기술’의 매력에 빠져든다”고 입을 모은다. 인라인은 자전거에 비해 속도감이 훨씬 높다. 이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작은 바퀴를 쓰기 때문에 바퀴가 크고 고무로 된 자전거에 비해 노면 상태가 몸 전체로 전달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속도감 외에 묘기에 가까운 기술도 인라인의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임동혁씨는 “인라인의 첫 단계는 ‘브레이킹(서는 것)’이다. 브레이킹이 잘 되면 턴을 연습하게 되고, 점차 고난이도의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점프 등의 기술을 익히다 보면 일종의 쾌감 비슷한 성취감을 느끼게 돼 재미가 한 층 높아진다.

인라인 동아리 ‘위키드(http://wicked.new21.net)’는 초보자들이 가입하면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가르쳐 준다. 도로 상황까지 파악하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경지’에 이르려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보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문화관 앞 ‘정기모임’을 통해 연습하며 레이싱은 ‘번개모임’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 “길만 있으면 돼” ― 자전거
인라인에 비해 일찍 대중화된 자전거는 주로 통학, 통근용으로 이용됐다. 근래에는 공해나 교통체증이 문제가  되면서 서울 외곽 신시가지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기는 등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또한 산악 자전거 등 레저의 요소도 가미되면서 자전거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먼 거리를 도로 사정에 상관없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 동아리의 허준석씨(독어독문학과·97)는 “아스팔트뿐 아니라 길이 있으면 곧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아리 사람 중에는 주말에 관악산이나 우면산 등지에서 하루 종일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허씨는 “‘서울대 동문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 중에는 방학 중에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거나 유럽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초보자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충분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전했다.


자전거 동아리에서는 장기적으로 ▲서울대 내 자전거 등록제 ▲자전거 대회 개최 ▲간단한 자전거 수리소 개설 ▲안전한 보관소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커뮤니티(http://freechal.com/snumtb)를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주중에는 점심 모임 등으로 만남을 갖고 주말이나 방학 동안 학교 밖 ‘라이딩’을 떠날 수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vs 자전거

두 레포츠의 공통된 특징은 함께 즐길 때 재미가 배가 된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강점이다. 인라인이나 자전거 동아리 회원들은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함께 즐긴다’는 생각이 있어야 더 재미있게 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기 비용의 측면에서 인라인과 자전거는 큰 차이가 없다. 대개 보호장비를 포함, 25만원 가량 든다. 다만, 보호장비인 헬멧의 경우 저가의 제품은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되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값이 비싸도 되도록 품질이 검증된 정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허준석씨는 “초보자들은 자신이 어느 수준까지 탈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 효율적인 장비 사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만일 장기적로 꾸준히 해 점점 난이도를 높일 생각이라면 다소 비싼 장비를 구입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인라인 모두 지구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라인은 협응성(생각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자전거는 근력 증진에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언덕이 많아 즐기기 힘들 것 같은 서울대 순환도로는 오히려 외부에서 추천하는 유명한 코스 중 하나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