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문을 열면 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도서관의 문을 열면 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 대학신문
  • 승인 2017.05.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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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 SF&판타지 도서관

낮은 빌딩들이 줄줄이 늘어선 연희동의 한 골목. 그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철거가 예정된 건물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 장소 같은 곳이 있다. ‘SF&판타지 도서관’이라고 적힌 이곳은 빛이 바랜 도시 공간 속에서 쉼터와 놀이터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주인공 루시가 나니아 세계로 가는 옷장의 문을 열 듯, 호기심에 매료돼 ‘SF&판타지 도서관’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봤다.

SF&판타지 도서관은 2009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공상 과학, 판타지 소설 전문 도서관이다. 전홍식 관장은 “책은 자신만의 속도로 작품을 상상하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며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책을 만난다는 말이 있듯, 보다 풍요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도서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도서관을 열게 된 계기를 말했다. 일반 서책을 다루는 도서관이 아닌 SF와 판타지 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도서관을 개관한 이유는 그가 이 장르에 매력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인생의 바이블’이라고 소개한 전 관장은 “<스타워즈>를 보게 된 것이 본격적으로 SF와 판타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워즈>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코스튬 플레이까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던 전 관장은 코스튬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모임을 갖게 됐고, 2009년 3월에 동작구 사당동에서 그가 가진 책들로 지금의 ‘SF&판타지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사당동에서 시작한 도서관은 2012년 5월에 바로 이곳,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그는 “이전엔 아지트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장소도 더 넓어져서 1만 7천여 권의 책이 구비돼 있고, 상영관 등의 편의 공간도 마련해 더욱 ‘놀 거리’가 많아진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SF&판타지도서관 열람실의 SF 캐릭터들로 꾸며진 책장엔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있다.

이곳은 단순히 도서대여와 반납을 하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SF와 판타지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상영관은 도서관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이 ‘사랑방’에선 몇몇 사람들이 모여 <스타워즈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제임스 건 감독) 등의 SF 영화 감상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상영회에 자주 참여한다는 김영준 씨(26)는 “사실상 한국에서는 SF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이곳에선 여러 책들도 접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영화 감상과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이곳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 관장은 “작가들을 초청해서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 28일엔 이곳에서 판타지 작가 김성일 씨와의 만남이 준비돼 있다. 도서관 한쪽 벽에 빼곡하게 채워진 사인들은 40회 이상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의 흔적이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SF&판타지 도서관은 앞으로 단순히 책을 ‘쌓아놓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물찾기를 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전 관장은 “모든 사람들에겐 그 사람과 ‘파장이 맞는’ 어떤 작품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작품들을 발견할 때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은 두근거림을 제공하는 큐레이션의 공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SF&판타지 도서관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편히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개방돼있다. 전 관장은 “SF 작품들을 읽을 때 필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그저 ‘즐길 수 있는 마음’”이라며 “낯선 장르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그저 편하게 쉬면서 책과 영화를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페도라 모자를 쓰고 나비넥타이를 맨 전홍식 관장은 마치 판타지 세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길을 열어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신사와 같았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그는 “이 넓은 우주에서 언젠가, 어디에선가로부터 호기심 많은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가 경험했고 또 앞으로 경험할 SF와 판타지 세계는 남들과 함께할수록 더욱 무궁무진해진다. 책들과,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이곳, SF&판타지 도서관은 그 속의 수많은 판타지 세계와 모험, 드넓은 우주 공간의 주인공이 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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