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록 교수
국제학과

지난주, 김시우라는 약관 21세 골프선수가 세계 5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우리는 물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자골퍼들만 잘 나가는 게 아니라, 남자도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 반복훈련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성과가 아닐까? 스포츠영역은 사람이 직접 나서고, 관중을 몰고 다니며, 짜릿한 쾌감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문제는 이 스포츠계에 선수로만 두각을 나타내서는 한계가 있다. 기획하고 운영하는 더 큰 무대를 키우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더 잘 보이고 두각을 나타내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서울대생은 단순반복훈련의 모범생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상상을 하고 꿈을 키워 더 큰 판을 만드는 도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면 어떨까?

우선, 교실에서의 강의가 꼭 해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강의라고 해도 그것은 한 측면만을 반영할 뿐이다. 선행학습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인쇄 매체에 대한 맹신이 있다. 하지만 교과서 내용이 꼭 옳은 것만도 아니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불과하다. 따라서 강의실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끊임없이 왜 그런지에 대한 논리훈련을 지속했으면 한다. 결국 인생은 주어진 해답이 있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고뇌에 대한 반응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논리 구조를 나름대로 만들어내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모범생만이 되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을까? 가지 않는 길을 갈 수는 없을까?

둘째, 서울대생의 학창 생활이 너무 자연에 유리된 것이 아닌가 한다. 소위 정보통신 혁명에 의해서 우리의 생활이 윤택해진 측면은 분명히 있다. 반면에 자연과의 유리로 우리를 메마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직접 경험을 축적하고 현장을 지켰느냐이다. 이것으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가령, 농생대만 농업을 이해할 것이 아니고, 타과생도 농업에 대한 기본 상식은 알았으면 한다. 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피는지,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서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등 우리 주위의 자연현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래가 요구하는 많은 혁신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의 대화에 의해서 원용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행동에 있어서, 기존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학생과의 관계도 그렇고, 사제의 관계도 그렇다. 교수님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주 보는 현상이다. 예를 차린답시고, 얼굴을 돌려서 술을 먹는 것이 보편화돼있다. 왜 그런 행동이 필요할까? 그런 부질없는 형식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을 잊을 수가 있다. 사제지간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해보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볼 수도 있다. 이것이 술자리의 본질이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한국인을 벗어나서 아시아인 정도는 됐으면 한다. 아시아인으로서 영어 이외에 일본어나, 중국어를 하나는 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계속해서 해외에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 외국어가 필수적이다. 아직은 아시아의 시대가 오지 않았다.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인으로서 준비가 돼 있다면 서구와의 접촉에서 일본인이나, 중국인보다 우리가 더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자연히 우리가 파트너로 택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자체적 기획력을 갖춘 아시아인만 된다면,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도 꿋꿋이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