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많은 국민의 열망 아래 ‘나라다운 나라’를 표방하며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취임 후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성숙한 민주의 자신감에 어울리는 ‘나라다운 나라’에 걸맞은 것이어서 특히 그렇다.

소수자 인권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특히 지난 대선 정국에 군내 반인권적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벌어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던 성소수자의 인권 이슈는 평등하고 공정한 민주사회에서 덮어둘 수만은 없는 문제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해당 이슈에 대해 “반인권적 수사 절차”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근거가 된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른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는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모습을 뒷받침하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은 ‘나라다운 나라’의 도량을 넓히며 더욱 성숙한 민주사회로 커가는 데 빠뜨릴 수 없는 과제다. 개인의 성지향성과 성정체성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며,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과 평등권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는 소수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인 차별과 혐오,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와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진행한 ‘한국 LGBTI(성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2%가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당했다고 밝혔으며, 자살을 시도했던 응답자는 전체의 28%에 달했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일방적인 차별과 혐오, 폭력에 노출돼 있는 성소수자의 인권문제를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미 차기 정부에 전달할 ‘10 대 인권과제’에 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엔 경제·문화·사회적 권리위원회는 2009년에 우리나라의 성소수자가 받는 사회·경제적 차별을 우려해 한국 정부에게 포괄적인 조항을 담은 차별금지법을 신속히 채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인권 신장에 기여하길 바란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불평등하고 공정하지 않으며 정의롭지 못한 성소수자의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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