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이라크 무장 세력이 한국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의 영외 활동을 제한했고, 국회는 3년 전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던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입법예고 된 테러방지법은 당시 여러 민생법안들을 제쳐 두고 불과 열흘만에 입법 예고 돼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통치자들의 의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 법은 테러에 대한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하고, 국정원에 테러방지 업무의 주도권을 부여하고 있다. 또 불고지죄, 구속기간 연장, 참고인 구인 유치 등 법 집행자가 ‘임의대로’ 판단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수부대를 국방부에 창설해 국정원장의 요청에 의해 출동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반백년 동안 남한 민중의 자주, 민주와 통일을 위한 애국적인 투쟁들을 탄압했던 국가보안법이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9·11 테러 발생 직후 월드컵의 안전한 유치를 빌미로 내세웠던 이 법안이 이제는 이라크 무장세력의 직접적인 위협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다시 제정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슬람의 테러조직이 왜 우리에게 테러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이라크 무장세력의 테러 위협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의 군대를 파병해 지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온갖 거짓을 동원하며 파병을 강행하지 않았더라면 테러라는 말 자체가 우리 역사에 기록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테러 위협을 감수하고 파병한 것이니 테러방지법 제정은 어쩔 수 없다며 입을 맞추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생긴다고 국민들의 안전이 담보될 리 만무하다. 테러방지법의 대상은 옳은 일에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 국민들이 될 뿐이다. 진정 국민을 걱정한다면 국가보안법의 부끄러운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테러 위협의 근본 원인을 없애야 할 것이다.


애국학생연대 대표 이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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