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대학생, 대선후보 안희정에게 묻다

『대학신문』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 소속된 서울지역 19개 학보사와 공동으로 제19대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첫 타자는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예비후보로, 안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7일(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101동) 영원홀(210호)에서 이뤄졌다.

청년 취업난 해결 위해선

각 대학 학보사 기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이날 인터뷰에선 얼어붙은 청년 취업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으로 중소기업의 성장과 지방 분권화를 제시했다.

▶ 취업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있는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자리 개수 자체가 부족한 것보다도 가고 싶은 일자리가 적은 것이 문제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가 대기업과 인서울에 집중돼있으니 스펙 경쟁이 심화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일자리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나온다. 현재 중소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봤자 납품할 곳이 대기업밖에 없어 중소기업이 이윤을 남길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의 수요 독점을 막아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노동자 임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 수요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대기업, 재벌 혁신이 필요하다. 또 인서울이 아니면 ‘촌놈’이 되는 인서울 패권 질서를 깨야 한다. 국가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도 일자리를 넓히는 방법이다.

▶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수도권 일자리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가?

정치행정 수도로서 세종시를 완성하려 한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고 KTX 타고 서울을 오간다. 각종 정부부처, 국책기관이 이미 세종시에 있어서 청와대와 국회만 내려가면 된다. 그렇다고 국가 발전에서 서울을 소외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과밀화를 덜어내야 질 높은 도시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장 큰 축으로 지방 국공립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국공립대 55곳 전체의 학비를 면제하면 약 8천 300억 원, 지방거점국립대 9곳만 면제하면 약 3천 300억 원이 든다. 학비를 면제해 국공립대학에서 배출된 지역 인재가 지역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육성하겠다.

▶ 안 후보가 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 노동시장 개선은 장기적인 대책이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단기적 응급처방은 없는가?

문 후보의 공약이 일자리 응급처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단기적 원인보다도 구조적인 원인을 반복해 말하는 이유는, 청년 실업문제가 당장 풀릴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게 청년들에게 미안해서다. 경기가 활성화돼야 선순환이 되고 새순이 솟듯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응급처치한다고 새순 하나 솟지 않는 죽은 나뭇가지에서 일자리가 지속되지 않는다. 청년 실업문제에 공감을 못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꾸준히 챙길 것이라고 약속한다.

'과락'을 간신히 면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논의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는 여성정책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안 후보는 “그 어떤 논리로도 인간의 정체성과 개성에 대해 뭐라고 할 권리가 없다”고 발언하고 연예인 홍석천 씨와 함께 대선후보 출정식 무대에 오르는 등 열린 태도를 보여 성소수자 유권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해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얼마 전 논란이 된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는 국가가 여성을 단순히 ‘애 낳는 기계’로 인식한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 후보는 여성의 출산, 육아, 경력 단절에 대한 구체적 정책이 있나?

우리가 알 낳는 닭도 아니고. 저출산 시대니까 국가생산력 관점에서 여성에게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것이 잘못됐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육아 독박을 극복하는 게 여성정책의 관건이다. 83학번 동기인 우리 부부도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엄마가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을 남녀가 모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파트타임 근로자의 대부분이 여성인데, 파트타임과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 권리를 신장시키는 게 여성 권리신장이 된다.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시정하는 것이 성 불평등 문제 해결책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 본인의 젠더 감수성을 점수로 매긴다면?

나는 민주화 운동 세대다. 민주주의는 일체의 차별을 극복하자는 이념으로, 여태까지 민주주의자로서 젠더와 성평등적 관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10년에 여성개발원 원장님으로 계셨던 선배님이 여성 정책에 대한 나의 게으름에 대해 나무라셨다. “민주화운동 했다는 진보적 지식인들은 다 자기가 아는 것처럼 말한다”는 심한 질타를 받고 충남에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그 분을 위원장으로 모셨다. 그 분과 그간의 정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휴머니즘과 민주주의도 남성중심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성중심적 창문에서 보는 민주주의를 여성적 창문으로 넓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양성을 뛰어넘어 젠더라는 관점으로 넓히는 과정에 있다. 100점 만점에 60점이 과락이라 치면 과락은 좀 면한 수준이 아닐까.

▶ 무릇 대통령이라면 논쟁적인 사안에 답을 내리고, 그 방향으로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보가 주장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국공립대 학비면제’도 국민 합의 필요하다. 그런데 유독 헌법적 가치에 상응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만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답을 내기 너무 어려운 문제다. 정치인으로서의 처지도 생각해주셨음 좋겠다. 나는 원칙적으로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제도화시켜 놓으면 제도화의 취지에 따라 징벌이 따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징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토론이 필요하다.

협치와 통합의 소신

안 후보는 정치적으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들이 연합하는 ‘대연정’을 주장하며, “개혁의지가 있다면 자유한국당도 대연정의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일부 자유한국당 세력도 청산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시에 일각에선 ‘통합’에 대한 소신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 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다른 후보들보다 체계적으로 정치 체제를 혁신시킬 자신이 있다. 다른 후보들은 당선되면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는데 다짐 이상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의정치를 정당과 의회정치를 통해 ‘협치’하는 것이 나의 대안이다. 그동안 우리는 좋은 대통령 뽑아서 좋은 정치를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1인에 의해 이끌어지는 나라는 불완전하다. 이게 타 후보와 가장 큰 차이다.

▶ 협치를 말하는데 이전에 발언했던 대연정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떻게 적폐 청산을 할 것인가?

의회정치를 주장한다고 사법적 수사 결과를 덮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이든 대통령이든 그 누구도 범법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사법적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나는 이미 2003년도에 집권세력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 모범을 보인 바 있다. 야4당의 합의와 촛불 염원에도 불구하고 특검 연장법 하나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협치의 모델이란 현재의 헌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고 사법기관의 수사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문제다.

▶ 확장성을 갖춘 후보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에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안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역선택은 의미 없는 논쟁이다. 중도층을 포함해서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은 모든 정당의 의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한 건데,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니까 왜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경선에 참여하냐고 묻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나라는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중도층, 즉 ‘스윙보터’다. 집권을 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상식에 부합해서 정당의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 내 지지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50%까지 올라가고 내 지지율이 빠지면 민주당 지지율 낮아지더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의 외연 확대에 관건이 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안 후보에 대해 일각에선 “비전과 철학은 선명하나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컨대 경제 분야의 경우 안 후보는 타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게 공약을 제시했으며 이마저도 ‘공정한 시장경제’ ‘혁신형 경제성장’ 등 큰 틀에서의 비전에 머물렀다. 이날 안 후보는 정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정치인은 허황된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며 협치를 통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주장하는 본인의 공약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대선까지 중점적으로 구체화할 정책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대통령 혼자서 끌고 갈 수 없다. 복지, 국방, 교육 등 무수한 정책들을 대선 출마자가 다 대답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구체적 수치를 외우기 싫어서 얘기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국가 운영의 소신과 철학을 얘기해줘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들에게 20만 원씩 나눠준다는 공약에 집중하지 않고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지에 물어봐야 했다. 20만 원으로 노인층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좋은 복지국가 만들기엔 실패했지 않나.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구체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정책을 구체화시키면 마음에 안 든다. 정치와 선거를 대하는 신념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시․도지사 중 도정만족도, 수행률에 있어 압도적 1등이다. 지방정부를 7년 동안 잘 이끌어온 만큼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자신이 있다. 다만 전문가를 모시는 자리에서 구체적 수치를 얘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 19대 대선 당선자는 곧바로 직무수행에 들어가야 하므로 후보자에겐 구체적인 방향성이 요구된다. 후보가 구체성에 두려움을 가진다면 이번 대선엔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가의 예산은 5% 이상 바뀌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100대 과제부터 박근혜 대통령 3개년 경제계획까지 매번 나오는 정책은 비슷하다. 똑같은 걸 또 말하는 선거는 이제 그만하자. 대신 국가라는 배를 동쪽으로 몰지 서쪽으로 몰지 분명히 말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을 이루겠다’는 큰 틀의 비전을 제시하면 여러 구체적 재정 계획은 하위로 따라온다.

현재 탄핵 정국에서 법 하나가 제대로 통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회와의 협치가 우선돼 국정 운영을 원활히 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나의 비전이 오히려 더 구체적이다.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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