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의 오랜 독자로서 이번 학기 『대학신문』에 일어난 여러 ‘변화’ 가운데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마로니에’라고 하는 칼럼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학부생 시절에는 『대학신문』의 기자로, 그리고 박사 수료 후에는 ‘간사’라고 하는 직책으로 발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마로니에는 대학원생 신분으로 근무하는 간사가 3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쓰는 칼럼으로, 칼럼이 배치되는 지면이나 그 분량에 있어 숱한 변화를 겪어오기는 했지만 『대학신문』의 고정된 꼭지로 꽤 오랜 기간 자리매김해 왔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대학신문』의 열혈독자임을 자임하는 이들은 동시에 마로니에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고, 그래서 막상 내가 간사가 됐을 때 3주에 한 번씩 엄청난 부담과 고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3월 13일 1면이 백지로 발행된 신문에 실린 기자단과 간사의 칼럼을 보고 내부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고, 사태가 쉽게 마무리 되지 않을 것을 몹시 걱정했다. 그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함을 걱정하며 마로니에라는 칼럼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사소한 문제로 생각됐다. 그런데 다행히 약 한달 여 만에 신문이 다시 발간되기 시작하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된 시점에서 보니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변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신문사 내부에서 일어난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고 해도, 『대학신문』이 다시금 ‘정상화’ 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이며 ‘마로니에’가 그렇듯 어떠한 부분은 영영 회복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만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독자의 아쉬움들을 달래줄 수 있는 『대학신문』의 입장 정리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학보사라는 특성 상 『대학신문』의 발행 주체인 학생 기자들의 잦은 교체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점에 신문사 운영에 불안정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무엇보다 『대학신문』에 필요한 것은 발간 주체가 변화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의제를 발굴하고 제시할 수 있는 긴 안목이다. 현상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독자에게 동참을 요구할 수 있는 의제라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대학신문』은 이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가. 적어도 5월 15일 자 신문을 보면 『대학신문』은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신문을 발간하고 있는지 중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신문』의 모토가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면 사진에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의 사진을 내세우는 것은 어떠한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것인가? 1면 하단에 실린 본부 점거를 주도한 학생을 징계하겠다는 본부의 입장과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다룬 기사에도 『대학신문』 이 말하는 ‘시대정신’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화여대에서도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이지는 등 최근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악스러운 일들에 대한 적극적인 의제 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학 내 민주주의의 정립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총장 선거 간선제를 비롯해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신문사는 특정인에게 소유돼 있지 않은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판단되는 의제들을 선정함으로써 독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말 걸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대학신문』의 존립 근거는 그 누구도 아닌 『대학신문』 스스로가 제시해야 한다.

안지영 시간강사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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