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월) 열린 빗소리 비정규직 간담회에서 빗소리 김찬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주 15일(월) ‘빗소리’가 주최하는 제3차 비정규직 공개 간담회가 우정원글로벌사회공헌센터(153동) 210호에서 열렸다. 오후 6시 반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는 일반노조 최분조 청소·경비 분회장, 생활협동조합(생협) 이창수 노조위원장, 경제학부 비학생조교 강수형 씨, 일반노조 이상호 기계·전기 분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빗소리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학생단체로 작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3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빗소리는 창설 이후 1년 4개월 동안 오픈부스 운영, 간행물 제작, 서명운동 등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매 학기 비정규직 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간담회는 사회를 맡은 빗소리 김찬우 공동대표(컴퓨터공학부·14)가 질문을 던지고 패널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들은 각각 청소 노동자, 조리사, 비학생조교, 기계·전기 노동자로서 겪어온 고충을 털어놨다. 일반노조 이상호 기계·전기 분회장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대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기도 힘들다”며 “수십 년간 서울대에서 일해왔지만 여전히 대학본부는 우리를 용역업체 직원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학생조교 강수형 씨는 불안정한 고용 지위로 인해 과중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는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업무지시에도 응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 적이 많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생협 이창수 노조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영양사가 식당에 근무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자기 옷에 튄 김치국물을 빨아오라고 시키기도 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일반노조 이상호 기계·전기 분회장은 “본부에서 업무 기자재를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아 교수나 학생들이 쓰던 집기를 얻어다 쓰고 있다”며 “최근에 본부가 개선을 약속했으니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협의 열악한 노동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생협 이창수 노조위원장은 “매일 1000그릇 이상을 배식하다 보니 팔목과 어깨의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며 “진통제를 맞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다”고 생협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협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며 노동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을 꼬집었다.

아울러 패널들은 빗소리와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학내 노동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비학생조교 강수형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어온 어려움을 학생들이 알아주고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며 “비학생조교 총파업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일반노조 최분조 청소·경비 분회장은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등교시간 전에 화장실과 강의실을 청소하기 위해 두 시간씩 일찍 출근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정유진 기자 tukatuka13@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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