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 | 독립다큐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지난 2014년 4월 16일,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와 온갖 허위 보도 등의 언론 실태와 정부의 무능함에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자 배급사 ‘시네마달’이 영화 <다이빙벨>을 통해 진실을 위한 움직임에 가담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시네마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이들을 침몰시키려 했다.

시네마달을 아시나요

시네마달은 국내 유일의 독립 다큐멘터리영화 전문 배급사다. 2008년에 설립된 시네마달은 처음엔 장편 극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그즈음 한국에서 장편 독립영화의 제작이 증가하고 극장 개봉이 이뤄지면서, 시네마달은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까지 도맡았다. 그중에서도 시네마달은 생생한 삶의 현장을 담아낼 수 있는 독립다큐에 포커스를 맞췄다. <동백아가씨>(박정수 감독, 2006)를 시작으로 <두 개의 문>(김일란 감독, 2012) <그림자들의 섬>(김정근 감독, 2014) <다이빙벨>(이상호 감독, 2014)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시네마달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시네마달의 작품은 현실과 밀접한 소재에 집중한다.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현장성이 특화된 독립다큐는 노동자, 여성, 소수자들의 시선을 통해 제작해야 진정성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김 대표의 생각을 보여주듯, 그동안 시네마달은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탐욕의 제국>(홍리경 감독, 2014)에선 삼성 반도체 공장의 실체를 폭로하고 <그림자들의 섬>에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삶을 비추는 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또 국내 최초의 게이 다큐멘터리인 <종로의 기적>(이혁상 감독, 2011)과 여성들의 낙태문제에 대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담아낸 <자, 이제 댄스타임>(조세영 감독, 2014) 등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그려내기도 했다.

사진제공: 시네마달

시네마달, 위기에 처하다

약자의 편에 서왔던 시네마달은 세월호를 주제로 한 <다이빙벨> <나쁜 나라>(김진열 감독, 2015) <업사이드 다운>(김동빈 감독, 2015) 등의 다큐도 잇달아 배급해왔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상영됐던 <다이빙벨>은 세월호 희생자 구출 과정에서 사용된 ‘다이빙벨’이라는 구조장비를 다룬 영화로 다이빙벨의 투입과 철수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해경의 과실 등을 고발한다. 김 대표는 <다이빙벨>의 배급을 맡은 이유에 대해 “희생자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유가족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배급한 후에 시네마달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축이 된 제작비 지원, 개봉 지원, 투자조합 결성, 영화제 지원 등의 각종 지원 정책의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시네마달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에 놀랐다”며 심경을 밝힌 김 대표는 “<다이빙벨>의 개봉관을 잡는 것이 힘들어 대형 멀티플렉스에선 아예 상영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송영애 교수(서일대 연극영화과)는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특정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은 우회적이지만 실질적인 차원으로 특정 영화, 영화사, 영화인에 대해 통제를 시도한 위헌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네마달이 배급한 다큐가 지원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 경찰로부터 사찰당하고 세무조사까지 받으면서 시네마달은 폐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어지는 구조의 손길

곤경에 처한 시네마달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이 영화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2월 초에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시네마달 지키기 공동연대’를 구성했다. 이들은 독립 다큐멘터리의 열악한 배급환경과 시네마달의 상황을 알리고, 이들이 재정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후원조직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은 “돈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문>을 연출하며 시네마달과 인연을 맺은 김일란 감독은 이런 활동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고자 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에선 스토리펀딩도 진행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라는 이름의 이 펀딩 프로젝트는 4월 25일까지 진행되며 목표 금액은 1천만 원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모인 후원금에 대해 “앞으로 배급될 영화의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독립영화계가 모두 힘든 처지고,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도움을 받는 입장이 돼 부끄럽고 또 고맙다”고 전했다.

독립영화 전용극장 ‘인디스페이스’는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2월 18일부터 19일까지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를 진행했다. 시네마달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상영회는 <나쁜 나라> <탐욕의 제국> <그림자들의 섬> 등의 영화들을 상영했고, 관객과의 대화에는 세월호 유가족, 은수미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은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은 이번 상영회에 대해 “시네마달을 돕기 위한 한 방편으로 기획전을 개최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시네마달은 약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영화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1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지만, 시네마달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알리기 위해 제작·배급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김 대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네마달은 이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어찌 보면 우리가 반정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초 배우 차인표 씨가 <2016 KBS 연기대상>에서 밝힌 수상소감이 주목을 받았었다. 그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며 진실을 외면하는 정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21세기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진실은 더 이상 침몰해선 안 되기 때문에 배급사 시네마달의 회생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의 목소리가 외면당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선 지금이 바로 시네마달을 위한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