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청년, 문재인 정부에게 말한다

지난 9일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특히 20대의 47.6%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을 만큼 청년들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그는 대선 과정에서 ‘청년의 꿈을 지켜주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하에 많은 청년 공약을 제시하며 청년들의 표심을 붙잡고자 노력했다. 힘든 현실에 취업이나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소위 ‘N포세대’인 우리 청년들의 꿈을 과연 문 대통령은 지켜줄 수 있을까? 그의 청년 공약이 현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청년들은 과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빠져있는 일자리정책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이 11.2%를 기록하며 1999년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실업 상태로 볼 수 있는 고시생이나 단기근로자는 통계에서 제외돼,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문제는 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또 취업을 하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자격증 시험이나 고시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공약① 청년고용의무할당제 확대=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업의 청년고용의무 할당비율을 기존 3%에서 5%로 상향하고, 적용범위 역시 공공기관에서 민간대기업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기존의 제도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과미래 구명호 공동대표는 “청년고용할당제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할당비율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연대 김식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청년고용할당제는 실제 청년들이 취업 이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선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서를 복사하고 커피를 타는 등의 단순한 잡일이 아닌 진정 청년들이 원하는 내실 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공약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약② 추가고용지원제도 신설=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새로 채용할 경우 채용 인원의 1/3에 한해 임금을 전액 지원하는 추가고용지원제도 신설도 약속했지만,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맞닿아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명호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것은 임금 수준이 낮고, 사내 복지가 부족하며, 가족경영시스템으로 인해 승진이나 인사가 객관적인 지표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등 직장 내에서의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추가고용지원제도는 중소기업 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공약의 방향만 제시됐을 뿐 신규 고용한 청년의 임금을 취업 후 어느 시점까지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점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구명호 공동대표는 “역시 추가고용지원제도를 공약한 안철수 후보의 경우 5년 후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근거로 5년이라는 시행 기간을 명시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그렇지 못했다”며 정책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공약③ 청년구직 촉진수당 지급=문 대통령은 구직 의지가 있는 청년에게 청년구직 촉진수당으로 매월 30만원을 최대 9개월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기존에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청년수당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청년수당이 구직을 위한 학원비나 교통비를 마련하기 위해 또다른 단기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취업준비생 이다겸 씨(25)는 “5만원의 토익시험 비용도 변변한 수입이 없는 취업준비생에겐 부담이 된다”며 “청년수당이 큰 보탬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지원 범위와 방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청년연합 채용선 대표는 “수도권 청년과 지방의 청년이 면접을 보러가는 데 필요한 비용이 다른 것처럼,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청년수당의 액수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식 공동대표는 “청년수당과 같은 물질적인 지원과 함께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원한다=경기 불황으로 일자리 수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청년일자리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청년단체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와 노동환경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꼭 대기업이나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역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고강섭 연구원은 “숫자에 집착하는 양적 일자리대책의 환상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전반적인 청년 일자리 공약이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구명호 공동대표는 “공약이 나오게 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문 대통령의 청년 공약들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의 실질적 인상 등과 맞물렸을 때,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노동시장에서 전반적으로 고용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 조효빈 씨(25)도 “과도한 재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두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은 높은 집값으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올해 3월 방영된 MBC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대학가 인근 월세는 평당 16만 3천원으로, 15만 8천원의 강남 타워팰리스보다도 높다. 취업하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더라도 집값 또한 계속 오르기 때문에 내 집 마련에 대한 걱정은 생애주기 내내 지속되며, 이는 결혼이나 출산 등의 가정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이러한 청년 주거문제는 모든 일자리와 문화적 기반이 집중돼있는 수도권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고강섭 연구원은 “수도권의 청년들이 방음과 냉난방에 취약한 고시원 같은 질 낮은 주거공간으로 떠밀리게 됐다”며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기숙사 등의 청년전용 주거공간 또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셰어하우스 임대주택 5만호와 대도시 인근지역 역세권 개발을 통한 신규 청년주택 20만호, 기숙사 확충을 통한 수용인원 5만 명 확대 등 총 30만호의 청년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주거 공약이 청년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강섭 연구원은 “기존 셰어하우스가 대도시의 외곽지역에 집중돼 청년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교통, 문화가 발달한 곳에 청년들의 주거시설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적극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쳐 합리적인 주택 가격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식 공동대표는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 실제 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된 부동산 거품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 걱정 없이 맘껏 공부하고 싶은 청년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 2위 수준인 반면 정부의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분담비율은 69%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을 병행해야 해 충분한 학습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장학금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청년들은 다시금 노동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고강섭 연구원은 “이러한 악순환은 빚을 지속적으로 누적시켜 결국 청년들이 사회의 첫걸음을 빚쟁이로 시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학자금 대출 이자를 국가가 대신 부담함으로써 학생의 부담을 낮추고, 국가장학금 규모를 확대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지자체에서 이미 차선책으로 학자금대출의 이자를 대신 납부하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었다. 하지만 채홍선 대표는 “이자를 국가가 대신 부담하더라도 결국 등록금 원금은 학생 본인과 부모의 몫으로 남기 때문에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없다”며 “차라리 조금이라도 더 등록금 원금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서 대부분의 청년단체들은 “소득수준이 경계선상에 있어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명호 공동대표는 “반값등록금의 차액을 보조해주기 위해 각 대학에 정부 지원금을 투입하면, 대학들이 돈줄을 쥐는 교육부의 눈치를 봐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대학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대학교육이 오로지 취직을 위한 발판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강섭 연구원은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대학이 현재의 졸업장 양산소로부터 연구 중심 기관으로 개선된다면 대학 진학률도 낮아져 점진적인 무상교육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 역시 “꼭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삽화: 이은희 기자 amon072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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