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벽 6시. 애꿎은 새벽잠을 쫓아내고 도착한 그곳에는 이미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어느새 행정관 앞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직원들, 행정관 앞뒤로 사다리차들이 속속들이 배치되는 모습을 보며 엄습해오는 두려움은 그곳의 찬 공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학생들의 동향을 살피던 본부는 곧이어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했다. 직원들은 사다리차와 각종 공구를 동원해 행정관 내부로 진입했다. “유리문을 손으로 잡고 있으니 자르지 말아달라”는 학생의 간곡한 외침은 허공에 흩어졌고 그라인더로 끊어낸 쇠사슬 뒤로 정문은 곧 완전히 개방됐다. 이와 동시에 학사과와 연결된 옆문, 엘리베이터 쪽 작은 창문을 뜯어내면서 직원들이 물밀 듯 본부 안으로 들어왔다.

거침없이 학생들을 끌어내리며 본부를 장악하려는 직원과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이 마구 뒤엉키며 행정관 1층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직원들은 “무력으로 학생들을 끌어내리지 말라”는 학생들의 절규에 “여기는 우리의 일터다”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맞대응했고 제대로 힘을 쓰기 위해서인 듯 “영차영차”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을 행정관 밖으로 내몰았다. 보도를 위해 사진을 찍던 기자 본인도 직원들에게 붙잡혀 몇 걸음 끌려나가기도 했다. “취재해야 하니 붙잡은 손을 놓아달라”는 부탁에도 그들은 “우리도 일하고 싶다” “이제 학생들이 좀 나가달라”며 되려 내게 간절히 호소했다.

그들의 눈빛은 진심이었고 나는 흔들렸다. 직원들은 학생들을 거칠게 내몰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나의 일터를 찾고 싶다’는 그들의 순수한 바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분노했다. 격렬한 몸싸움과 고성이 오고 가는 현장엔 직원과 학생들의 모습만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총회, 본부점거, 그리고 오늘의 점거해제에 이르기까지 작금의 사태의 시발점이 된 것은 대학 본부가 체결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다. 그로부터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일도 대학본부의 몫이라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그럼에도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끝없는 대치로 점철된 13시간의 시간 속에 존재한 것은 대학본부의 무력 진입에 항의하는 학생과 본부의 출근지침을 받고 행정관에 진입한 직원들뿐이다.

그래서일까. 을(乙)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대학본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대신 해줬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누군가 두 약자의 싸움을 유유히 관망하며 점거해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이런 대치구도를 만들어낸 권력의 교활한 민낯을 오늘 나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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