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 | 정원 조성 동아리 ‘피움’

생활대 220동 입구를 지나 2층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푸른빛이 가득 내린 중앙정원으로 이어진다. 검은 돌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고운 흙냄새가 풍겨오고, 옹기종기 피어있는 푸른 식물들이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이곳에는 하나의 생명을 움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정원 조성 동아리 ‘피움’은 딱딱한 아스팔트와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서울대 내 자연의 모습을 따라가 봤다.

⃟함께 피워낸 시작의 꽃=‘피움’은 2014년 2학기 ‘녹색도시와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미대 전공수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업에선 의미 있는 디자인 활동을 기획하라는 과제가 학생들에게 주어졌다. 학교의 전경이 예쁘지 않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느낀 3명의 미대생은 학교 안에 쓸모없는 땅을 꾸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제를 하며 직접 자연을 일궈내는 즐거움을 깨달은 그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후 정원조성 동아리 ‘피움’을 만들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식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미대생들만으로 구성돼 초기 2학기 동안의 활동과정에서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물생명과학전공이자 화훼장식기능사(플로리스트) 자격시험을 준비해 식물을 가꾸고 관리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던 손대진 씨(작물생명과학전공・11)를 회장으로 초빙하게 됐다. 손대진 회장은 활동체계를 잡아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었고, 2016년 여름부터 소규모 프로젝트 모임과 비슷했던 피움을 공식적인 동아리의 형태로 변모시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했다. 현재 피움에는 단과대, 학번을 불문하고 공통으로 밭을 가꾸는 것에 흥미가 있는 5~60명의 사람이 모여 학교 여러 곳에서 밭과 정원을 일구고 있다.

⃟밭을 고르고, 씨를 뿌리며=피움의 정원은 후보지 선정, 땅 고르기, 정원 디자인 및 관리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우선 학교를 돌아다니며 자연환경을 파악해 정원조성 후보지를 결정하고 흙을 다지는 작업을 시작한다. 손 회장은 “서울대학교는 실제 토양층이 매우 얇아 잡초를 제거하고 비료를 부어 흙을 골고루 섞어주는 등 식물이 자라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며 “토양이 잘 다져지면 땅에 적합한 식물들을 선정하고 식물의 키와 색감 등 미적 측면을 고려해 정원을 조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NS를 통해 외국의 정원들을 참고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고 고유의 정체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재창조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원이 만들어진 후 구성원들은 조를 나눠 잡초를 제거하고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것으로 관리가 이뤄진다.

220동 중앙정원의 모습. 동아리원들이 정성스레 가꾼 식물들과 미대 교수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220동 중앙정원, 인문대 해방터, 환경대학원 옥상정원에 피움의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피움의 구성원은 정원마다 조성 테마를 정한다. 이들이 일군 첫 번째 정원인 중앙공원의 테마는 ‘휴식’이다. 손 회장은 “식물에 관심이 있는 교수님들의 지원을 받아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꽃과 식물을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며 “특히 이곳에서는 식물뿐만 아니라 미대 교수님들의 회화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 해방터는 멸종위기 식물 보호구역이라는 테마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식물을 심어 씨앗이 맺히면 씨를 받아서 다른 공간에서 심는 방식으로 토착 식물 자생종 다양화의 거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 가꿔진 환경대학원 옥상정원은 옥수수, 고추, 딸기, 토마토 등 다양한 식용작물을 재배하는 ‘커뮤니티 가든’*이다. 이곳은 한눈에 관악산의 전경을 볼 수 있고 갖가지의 식물과 작물을 볼 수 있어 교내 명소로 부상 중이다.

피움은 앞으로 교내에 밭과 정원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본부 앞 셔틀버스 정류장 주변이 그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곳이다. 손 회장은 “셔틀버스 정류장은 학생들이 등하교하면서 매일 지나치는 공간이다”며 “주변에 녹지공간이 많음에도 대부분 나무나 잔디로 구성돼 단조로운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식물을 테라리움*에 담아 주변 등나무에 매달면 지루한 등하교 공간이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 맺힐 결실을 위해=피움은 자연과 직접적 소통을 통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뤄내는 것을 지향한다. 손 회장은 “피움이 교내 조경 분야의 대표적인 동아리가 돼 전문적인 활동을 해나가기를 바란다”며 “학교 곳곳에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양원이나 보육원을 찾아봬 화분과 꽃다발을 선물하는 등 활동을 사회로 넓혀가는 것도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움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정성으로 되살려 푸른 정원을 만끽할 수 있는 소통공간을 만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 아름다운 소통의 꽃을 피워갈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커뮤니티 가든: 지역공동체 사람들이 모여 조성한 공간. 주민들이 먹고 싶은 작물을 주체적으로 생산한다.

*테라리움: 유리용기에 식물을 담아 전시하는 기구

사진: 강승우 기자 kangsw04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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