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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출판시장, 문학이 나아갈 길은?2017 제4회 서울국제문학포럼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이 23일(화)부터 사흘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이번 포럼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석해 문학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요즘 문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학은 오랜 기간 일부 식자층만 누리는 고급스러운 문화로 취급됐다. 그러나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순수문학은 대중문화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다른 문화텍스트와 경쟁하게 됐다. 경쟁의 승패를 판단하는 것은 시장 논리다. 세계화 광풍은 시장의 범위를 특정 문화권을 넘어 전 세계로 넓혔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우리와 타자’ ‘세계화 시대의 문학’ ‘다매체 시대의 문학’ ‘작가와 시장’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특히 포럼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작가와 시장’이라는 주제 아래 문학이 시장 논리에 따라 취급되는 현실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부터 평론가, 시인, 동화작가까지 여러 사람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시장에 영합하지 않는 문학

문학은 각종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갑작스레 경쟁에 내몰렸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작가마다 달랐다. 독자의 성격이 변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실험적인 플랫폼을 재빠르게 받아들인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문학의 순수성과 우월성을 주장하며 순수문학을 지켜야 한다는 작가들도 있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소설가 현기영 씨는 문학계에서 상업주의를 배격하고 정부 주도로 ‘진지한 문학’을 복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씨는 “자유와 평등, 역사와 공동체를 소재로 삼던 1987년 민주 항쟁 때의 문학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문학은 전혀 진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6월 항쟁 후 30년이 지난 지금 거시서사는 자취를 감추고 개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다룬 이야기만이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현 씨는 “익숙한 가치체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 말했다. 그는 출판업계가 상업주의에 물들어 진지한 문학, 좋은 문학을 외면하고 “소설문학을 빈사 상태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현 씨와 비슷한 입장을 견지한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각각 고전음악과 팝송에 빗대 표현했다. 순수문학이 계속 반복되더라도 지겨움을 이겨낼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고전음악과 비슷하다면 대중문학은 팝송처럼 대중들 사이에서 쉽게 향유되다 금방 잊힌다고 유 씨는 설명했다.

두 번째 세션에 참가한 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세속과 소통해야 하지만 “시장의 동향은 현실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단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은 예술의 한 장르로, 책을 구매할 때의 책은 상품으로 구분했다. 소설로서의 가치는 책으로서의 가치와 다르다. 따라서 그는 어떤 책이 많이 팔렸다고 해도 내용 면에서는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유행에 따라 아류를 써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 휘둘린 글은 아예 써 내려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소설가 이승우 씨는 “요즘 우리나라에 작가에게 문학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독자가 없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시장을 의식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지만, 시장에 영합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가라 부를 수 없다. 그는 시장에 놓인 작가들이 겪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소설가에게 문학적 가치를 요구하는 ‘편집증적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문학 플랫폼, 변화하는 독자

이승우 씨는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웹소설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며 “사람들은 문학적 가치를 신경 쓰지 않고 오락 목적으로 웹소설을 향유한다”고 주장했다. 웹소설의 극단적인 오락성이 컴퓨터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는 독자보다는 사용자 혹은 소비자가 이들을 칭하는 표현으로 더 적합하다고 봤다.

반면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동화작가 황선미 씨는 웹소설처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새로 생겨난 플랫폼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대사회에서 책이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고 작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격변하는 현실에 맞춰 이 플랫폼을 질적으로 향상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 씨는 작가가 독자를 능동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출세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예를 들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채택해 애니메이션과 연극 등으로 재해석됐다. 그 결과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부수적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황 씨는 설명했다.

황선미 씨는 “창작이 자원이 되는 시대에 시장은 작가에게 너무나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문학도 세계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씨의 작품은 이미 미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됐다. 그러나 황 씨는 우리나라 문학 작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 문제점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업이 주먹구구식이라 번역의 질이 낮고, 제대로 된 에이전시가 없어 계약이 엉터리로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중한 지적재산으로서의 작품을 시장에서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며 “작가도 엄연한 직업인이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작가를 명예직으로 보는 관행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럼, 무엇을 남겼나

이번 포럼에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초청된 만큼 문학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진행된 논의는 청중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준비한 발제문을 읽기만 했음에도 시간 조절에 실패해 패널 간 토론은 모두 생략됐다. 청중에게 질의를 할 기회가 돌아갔지만, 포럼 주제와 무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히라노 게이치로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묻고, 소설가 이인성 씨에게 서울대 교수로 일하다 그만 둔 이유를 묻는 식이었다.

편협한 시각을 드러낸 발언자들도 있었다. 기조연설에서 소설가 현기영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이 국내 소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현 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전 지구적 성공은 “미국 출판 업체의 사업 성공이자 투자자본의 계략”이라 말했다. 또한 하루키의 작품 전반에 아메리카니즘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작가를 대신한 미국 상품”이라고 표현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도 “다른 소설은 읽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의 전부인 것처럼 말한다”며 하루키의 팬들을 비난했다. 정당한 비판이라기보다 비난에 가까운 발언들은 청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청중은 몇몇 발언자들이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도,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도 못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매체, 세계화, 정보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요즘, 포럼에서는 시장 논리로 인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토론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거나 의견이 한데 모이지는 못했다. 문학이 근대화 과정에서 시에서 소설로 중심을 옮겼던 것처럼 급변하는 시장에서 현대 문학도 어떤 전략이든 취해야 할 때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 파도에 몸을 실을지 혹은 꿋꿋이 서서 버텨볼지는 작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하나의 소재나 콘텐츠를 여러 매체 유형에 적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된 ‛서울국제문학포럼’ 셋째 날인 25일(목) 오전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와 소설가 현기영 씨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소설가 오정희 씨는 기조연설자들에게 “8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서 자연이나 가족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우울한 자의식, 무기력, 소외와 분열, 자폐적 인간상이 대신하고 있다”며 “시장의 논리와 상업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문학의 지위를 회복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질문했다.

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조정빈 기자  partner3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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