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목) 오전 6시부터 9시 반까지 배수펌프의 고장으로 인해 일시적인 단수가 발생했다. 공대, 자연대, 약대, 사범대, 인문대, 사회대, 생활대 등 여러 개의 단과대가 고통을 겪었다. 계속적인 물 공급을 필요로 하는 실험에 차질을 빚었고, 청소를 못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고통은 화장실 양변기다. 급한 용변을 꾹 참든지, 그래도 못 참으면 인간의 존엄을 무릅쓴 모험을 해야 한다. 만약, 이때 불이라도 났었다면, 초동진화를 못해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다행히 출근 전에 발생했고, 담당자가 차분히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으나, 만약 근무 시간 중이었다거나 회의 등으로 외부 손님이 많이 왔을 때 단수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불편함은 내외부로부터 학교의 권위와 명예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단수는 인위적, 자연적 사고에 의해 예고 없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중에 걱정을 비켜나간 곳이 있다. 39동에는 빗물과 중수 하이브리드 시설이 있어서 자체 수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춰 화장실 용수는 100% 자급이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물 공급이 안 돼도 화장실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일부 변기를 초절수형으로 바꾼 건물에서는 물 사용량이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건물 지하탱크 속에 남은 물로 다른 건물보다 두배 이상을 화장실 용수로 버틸 수 있었다.

다음번에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IOT 기법을 이용한 스마트 물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주요 건물과 지점의 수량과 수위를 계속 감시하면서 평소와 다른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면,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누수의 감시, 물의 이상과다 사용 등을 감지해 상하수도요금을 절반 이하로 줄여줄 수 있다. 화장실은 누구나 가는 곳이니 가장 사람들의 활용도가 높은 곳에서부터 스마트 캠퍼스를 실감하게 할 수 있다. 우선 시범적으로 일부 구역에서만이라도 도입해보자.

둘째, 서울대 각 건물 또는 서울대 전체의 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공대건물인 39동은 화장실의 물을 자급하니 외부에서 물이 공급이 안 돼도 최소한 화장실 문제는 없다. 각 건물의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서 평소에 지붕에 다시 올려 놓는다면 화장실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 물의 일부를 한여름 더울 때 옥상에 뿌려주면 냉방용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옥상 녹화를 하는 데 쓴다면 금상첨화다. 각 건물의 물 사용량은 회당 10리터 이상 사용하는 변기를 회당 4리터를 사용하는 초절수변기로 교체하면 물 사용량이 줄어들어, 단수의 고통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셋째, 현재 버들골과 공대 폭포에 홍수방지용으로 빗물저류시설 2만톤을 수백억 원을 들여 지어 놓았다. 이 시설은 홍수 방지시설이라 항상 비워 놓는다. 하지만 운전 매뉴얼을 수정해 평시에는 절반정도까지만 물을 받아서 화장실용도나 캠퍼스에 물길을 만들면 자연환경과 열섬현상도 줄일 수 있다. 관악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서 사용하면 엄청난 양의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

넷째, 물 문제는 홍수, 단수, 절수, 에너지 문제, 교육, 홍보 등 종합적이다. 이것을 지금과 같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일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물과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 학교 내 조직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한무영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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