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물리학계의 젊은 대가, 해구를 밝히다

마이클 거니스(Michael C. Gurnis)
1959년 미국에서 태어난 지구물리학자. 87년 호주국립대에서 「지구맨틀의 대류혼합」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해양지질[]지구물리 관측 연구를 수행해 왔다. 89년 미국 과학재단에서 대통령상을, 93년 미국 지구물리학회와 미국 지질학회에서 ‘젊은과학자상’을 받았다. 현재 캘리포니아공대(CALTEC) 지구행성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지구물리학회와 지질학회의 특별회원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초청한 세계적인 지구물리학자 마이클 거니스 교수(캘리포니아공대)가 4일(목) 서울대에서 ‘해구의 섭입: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대학신문』은 강연이 끝난 후 한국해양연구원의 이상묵 책임연구원의 진행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이상묵 연구원(이): 연구 중인 지판(地板) 간의 상호작용과 맨틀 대류에 대한 역학모델의 중요성은 어디에 있는가.

거니스 교수(거니스): 내 연구는 판구조론과 그에 수반되는 현상의 미결과제를 해결하려는 연구다. 판구조론은 지질자원의 분포 지역과 지진ㆍ화산 등의 자연 재해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실용적 문제의 파악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연구주제다.

 

▲이: 강연에서 해구 섭입 작용(sub-duction)을 언급했는데, 지구과학에서 해구 섭입 작용의 초기과정이 지닌 중요성은 무엇인가.

거니스: 해구 섭입 작용은 맨틀 대류, 중앙해령 지판의 형성과 함께 지구의 역동성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기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섭입 작용의 정지된 모습만 알고 있을 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섭입 현상은 특히 초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지구의 역동성을 파악하는 핵심고리가 될 것이다.

 

▲이: 해구 섭입의 초기과정을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은 지구 상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지역의 섭입 과정을 연구할 때 초기단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접근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거니스: 기본적으로 해양탐사와 직접관측이 사용되지만 최근 심해굴착이 주목받고 있다. 이주-보닌-마리아나 해구, 퓨세걸 지역, 캐롤라인해양판 경계부 등에서 심해굴착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이 참여하고 있는 바, 곧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참여 중인 지오프레임워크(Geoframe-work)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거니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컴퓨터 모델링을 넘어 상이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상호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구축 사업이다.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이 각각의 소프트웨어를 리엔지니어링하고 있다. 지오프레임사업이 끝나면 판구조론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다른 지구과학자들에게도 개방될 것이다.

 

▲아: 어스스코우프(Earthscope) 프로젝트의 일환인 유에스어레이(USArray)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거니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지구과학 전공 과학자 대부분이 참여한 사업으로, 미대륙 전체뿐 아니라 세분된 지역의 지각구조와 지각변형까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한 과학자들은 지진관측, GPS을 이용한 지각변형 관측, 시추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계획이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미국 어디에서든 과학의 어떤 분야에서든 실시간 제공되는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판구조론의 한계 극복을 위해 해구 섭입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 판구조론 관련 소프트웨어 공유 추진 중

▲이: 내년에 후열도(後列島) 분지 워크샵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방한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한국의 동해가 대표적인 후열도 분지이기 때문에 국내의 후열도 분지 연구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후열도 분지 형성과 발달에 관한 최근 연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거니스: 후열도 분지 형성에 관한 문제는 지질학적인 난제다. 우리는 후열도 분지의 형성과정을 상당히 검증된 가정 하에서 수치모델링 작업을 통해 최초로 구현했다. 앞으로는 실제 자연 현상에 더 가까운 모델링을 추진하려 한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배운 만큼, 앞으로도 한국 과학자들과 이 분야에서 같이 연구하고 싶다.

 

▲이: 오늘 발표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입각해 믿어온 메켄지의 해구 섭입 모델의 한계를 잘 설명했고 실제 현상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모델링 연구가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거니스: 그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델링 외에 실제 해양탐사 등을 통한 관측도 매우 중요하다. 후열도 분지, 해구 주변에 대한 보다 많은 관측과 함께 해저 시추 자료가 나오면 판구조론이라는, 현대 지구과학이 밝혀낸 가장 중요한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이: 지구과학에서 가장 큰 발전은 어느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지.

거니스: 지구과학의 큰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이한 데이터를 시공간을 넘어 통합하는 연구가 IT산업 발전에 힘입어 실현 단계에 이르렀다. 또 전통적인 지질학과 생물학이 통합 연구되는 현상도 주목되는데, 맨틀에서 올라온 마그마가 식으면서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는 심해저 중양해령 열수(熱水) 분출 지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의 극한 환경에 사는 생물들의 독특한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는 공통 연구팀이 보여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 이: 지구과학이 한국에서 각광받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거니스: 우선 과학미디어를 통해 지구과학 연구자의 관심사, 연구 과정ㆍ결과를 대중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국내외 연구기관끼리의 상호교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 매우 능력 있는 과학자를 자원으로 갖고 있음에도 국내외 연구기관끼리의 상호교류에 소극적이다. 캘리포니아공대가 교수진의 대외 활동, 타 분야와의 상호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 연구지평을 넓혔듯이, 한국도 과학자들을 국제적 학문세계로 진출시켜야 한다.

 

▲이: 앞으로의 계획은.

거니스: 당분간 지오프레임워크에 전념할 것이다. 2004년에는 뉴질랜드 남섬 아래 퓨세걸 해령에 대한 탐사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정리: 이상묵 연구원, 이성호 간사, 정다원 기자
사진: 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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