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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국가 재난, 체계적인 트라우마 치료 위해서는?| 취재 | 국가 재난 심리치유 지원 실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국가적 재난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국가적 재난은 많은 이들의 목숨과 생활터전을 한 순간에 앗아가고, 한 개인의 내면에 수년이 지나도 아물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간 국가 차원에서 재난 이후의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왔던 것과는 달리 한 개인이 겪은 외상에 대한 심리치료는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를 거쳐 국가 차원의 재난 심리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안산에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가 건립되고, 대구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13년 만인 지난해 ‘대구트라우마센터’가 건립되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현행 체계 하에서는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을 때 또 다시 심리치료에 있어서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현행 국가 차원의 재난 심리치료의 실태와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 초기의 혼란, 부재했던 컨트롤 타워

국가 차원의 재난 심리치료는 2008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전국 17개 시도에 ‘재난심리지원센터’를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안산시가 속한 경기도의 경우 당시 재난심리지원센터가 지정돼 있지 않아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의 ‘경기도-안산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이 생겼고, 비상체제로 운영되던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은 2014년 5월 안산온마음센터로 개편되며 상시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유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는 안산온마음센터뿐 아니라 단원구청이나 지역 복지관 등 여러 관련기관에 의해 각각 개별적으로 운영되면서 같은 내용의 상담이 반복되는 것과 같은 여러 문제를 낳으며 유가족의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켰다. 안산온마음센터의 한 관계자는 “참사 이후 재난 심리치료의 과정에서 여러 관계자들이 난립해 매우 혼란스러웠다”며 “적절히 인력을 배치하고 업무를 통합적으로 지시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참사 초기의 혼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재 국가 차원의 재난 심리치료 체계는 상당부분 개선된 상황이다. 현재 재난심리지원센터는 각 지역 적십자사와 연계해 소규모 재난에서의 초기 응급심리지원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국립정신병원이 전환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대규모 재난 시의 심리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의 규모에 따른 업무분담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난 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은 청와대 소속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맡겨지게 됐다. 이에 대해 조용래 교수(한림대 심리학과)는 “재난심리지원센터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원화된 체계가 센터 간의 업무분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관련 규정이 치밀하지 않아 잘못 운영될 경우 센터 간 불협화음을 일으켜 시스템 자체가 가동되지 못하게 만들 함정이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현 체계가 일원화될 필요가 있고, 국가위기관리센터 또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난 심리치료의 전문성과 지속성 떨어져

현행 국가 차원 재난 심리치료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이뤄졌다. 심리치료 인력이 재난 상황에 대한 전문적이고 경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해 현장에서의 재난 심리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민영 심리위기지원단장은 “재난심리지원센터는 상주 직원이 없는 비상설 센터”라며 “적십자사의 지역기반을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리치료의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조용래 교수 또한 “재난 시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 체계 하에서 그만큼의 전문인력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재난 심리치료 전문인력을 양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 설립된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지원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안산온마음센터의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은 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 기간을 5년으로 규정해 2020년 3월이 되면 센터의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며 “평생에 걸쳐서도 완치되기 힘든 트라우마를 5년간의 심리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트라우마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웅용 교수(대구대 산업복지학과) 또한 “현재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대구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구시가 지원을 끊을 경우 센터의 존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설립

앞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화된 현 체계를 국가트라우마센터로 일원화해 국가 주도의 견고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설립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심리치료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심민영 심리위기지원단장은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국가가 주도해 설립한 트라우마센터를 기반으로 인력양성과 연구, 그리고 재난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웅용 교수 또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365일 내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차원의 기반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히 센터의 설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최웅용 교수는 “설립 이전의 사전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래 교수 또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재난 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시에 “정부주도 하에 민간단체가 정부의 심리치료 체계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정부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삽화: 박진희 기자 jinyhere@snu.kr

이지윤 사회부장  dlwldbs64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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