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나비효과’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얼킨’에 대한 기사를 쓰며 얼킨이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졸업 작품 전시회에 갔던 얼킨의 이성동 디자이너는 문득 예술가들에 의해 버려지는 회화작품을 가방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예술가들의 고충을 깨닫게 된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자 얼킨을 세웠다. 얼킨을 통해 버려질 위기에 놓여있던 회화작품은 누군가에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으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고, 가방 판매 수익은 회화작품의 주인인 예술가에게도 일정 부분 돌아간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 같은 그의 아이디어는 생계가 어려운 예술가의 삶을 지탱하고, 구매자에게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가방이라는 기쁨과 만족감을 선물하고, 사회에는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기자는 고등학교 때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어 약 4개월 동안 목발에 의지해 생활했다. 혼자 샤워를 하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급식을 받는 것 등 너무나 당연하게 혼자 해왔던 모든 일이 참 버거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고통은 늘 스스로를 괴롭혔다. 하지만 4개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감사함의 가치를 배웠다. 또한 무엇보다 가족, 친구, 사회가 기자를 위해 내주었던 그들의 ‘목발’에 의지해 매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동안 느꼈던 감사함이 주는 벅찬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고, 나아가 앞으로 누군가의 ‘목발’이 되자는 막연한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입시 준비를 하던 열아홉 살의 기자는 배움과 실천을 거듭하는 ‘선순환의 원동력이 되겠다’며 야심차게 서울대에 약속했고, 운 좋게도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약속대로 ‘선순환’을 실천하고 있느냐고. 성인이 된 기자의 ‘잘 먹고 잘사는 삶’에 대한 욕심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만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갔고, ‘선순환’이라는 단어는 마음 한 켠에 내몰려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이를 깨달은 순간, 스스로가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해 보였다.

쉽지는 않겠지만 기자는 다시금 선순환의 불을 지펴보고자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떤 선순환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며 과연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비의 날갯짓이 그러했듯, 기자의 아주 자그마한 날갯짓도 언젠간 사회에 긍정적인 힘을 가할 것이라 믿어보려고 한다. 그렇기에 기자가 사회에 실어줄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스스로 가장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을 만한 그 무엇. 그리고 이 사회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만한 그 무엇. 그렇기에 이번엔 서울대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다시 약속해보려고 한다. 감히 이 사회의 선순환의 원동력이 돼보겠다고.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