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현
통계학과 박사과정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 사업 실시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대학본부와 학생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사회의 의견을 사실상 무시한 진행에 학생들은 10월 총회를 통해 본부를 5년 만에 다시 점거했고, 학교 측은 이에 대응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이후 학생들은 학생 사찰과 RC(Residential College) 계획 의혹을 제기하며 실시협약 철회 기조를 계속 유지해왔다. 사그라질 줄 모르고 계속 심화돼 오던 대립은 강제 퇴거와 재점거를 거치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아마 적지 않은 새내기들이 입학하자마자 맞이한 험악한 학내 분위기에 놀랐을 것이다. 한편으론 학생총회와 총궐기에 참여하며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책임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학생총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어진 대학원생이다. 하지만 지면을 빌어 학부생 후배, 동기 그리고 선배들에게 지금껏 상황을 지켜보며 느껴온 내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6년 전 나의 새내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관악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학교가 법인화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때였다. 지금처럼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이 있었고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학생총회를 거쳐 본부를 점거했다. 나는 그 자리에 친구와 참여했고 구성원으로서 의사를 표명했다. 평소 법인화 추진 방식에 불만이 있어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 해체 요구엔 찬성했지만 이후 우리들의 행동 방안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기권을 했다. 이후 설마하던 행정관 점거가 즉각 이뤄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등학교 시절과 다른 학생들의 저항과 행동력에 놀랐고 감탄했다. 이날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다. 무언가를 해낸 것 같은 성취감도 맛봤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총회를 통해 얻은 명분과 행정관 점거라는 협상카드로 얻은 소득은 무엇인지 기억에 남은 게 없다.

학생들이 학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시흥캠퍼스 문제도 우리가 반발해 행동한 덕분에 학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됐고 본부로부터 일부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의 반대가 관성적인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본부의 과격한 대응도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주장의 관철을 위해 대화를 거부해온 학생회의 태도가 사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겨울 학교 측의 양보를 받아들이고 대화에 나섰다면 본부 점거라는 투쟁 수단이자 협상 조건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들은 주어진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본부와 학생회 모두를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거친 반대에도 사업 추진을 무리하게 강행하려는 본부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위약금을 물어야 함에도 투쟁 일변도로 나가는 학생회의 태도 또한 질타해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는 침묵만큼이나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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