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멸종의 중심지, 하와이 자연과 함께 가려는 그들의 노력
세계 멸종의 중심지, 하와이 자연과 함께 가려는 그들의 노력
  • 김하경 전임기자
  • 승인 2017.05.2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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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 하와이에서 본 멸종위기종 보호방법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다. 낯선 단어지만 이 단어가 지구의 지질시대를 분류하는 단어라는 걸 알고나면 어떤 의미인지는 단번에 와닿는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새로운 지질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세는 아직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지질시대를 결정하는 국제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의 공인만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학자들 사이에선 보편화된 분류다. 인구증가,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과 같이 인류가 초래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인류세의 등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질시대의 변화는 필연적인 멸종을 동반한다. 멸종 그 자체는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멸종은 자연환경이 변화하는데 따른 필연적인 변화이고, 지구의 생태계는 멸종된 동물을 다른 생명으로 대체할 만한 힘이 있다. 하지만 멸종속도가 생태계의 회복속도보다 빠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런 경우 생태계는 붕괴하고 당시 최고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 이를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지질학자들은 인류세에 의해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인류세에 접어들며 생물종이 그 어느 대멸종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 시작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 멸종한 생물보다 산업혁명 이후에 멸종한 생명이 더 많다는 사실은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인류세의 끝에 대멸종이 닥친다면 반드시 멸종하게 될 최고포식자가 누구일지는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재앙이 눈에 보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멸종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보호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시민의식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DMZ 지역과 다양한 습지와 산지로 인해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을 인정받은 지역으로, 멸종위기종 보호에 힘써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프로그램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뿐더러 멸종위기 종에 대한 보호의식도 턱없이 부족하다.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저어새의 서식지가 분명한데도 송도, 영종, 청라 지역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강행됐고, 희귀종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엔 밀렵 및 포획꾼들이 몰리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이는 전혀 없다. 신고가 들어올 경우 그제서야 조사를 하는 식이다. 또, 한국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목록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종이지만, 구체적인 개체수 조사가 이뤄지긴커녕 차량 운행에 위협이 된다며 고라니 포획 시 포상금을 지급하는 지자체까지 있는 실정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멸종위기종 보호에 있어서는 걸음마를 뗀 아기수준이다. 앞으로 나아갈 한발 한발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최근 몇십년간 보였던 멸종종 증가세로 인해 ‘세계 멸종의 중심지’라고 불렸던 하와이에서 우리나라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엿보았다.

녹색 거북의 쉼터가 된 라니아케아

거북이를 보호하자는 내용이 담긴 경고 표지판

하와이 오아후 섬에서 바다거북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라니아케아 해변이다. 이곳은 별칭이 ‘거북이 해변’일 정도로 모래 위에서 쉬고 있는 녹색 바다거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거북이가 원래 많아서 거북이 해변이 된 것만은 아니다.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라니아케아 해변을 ‘거북이 해변’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거북이들이 자기 집에 온 듯 모래 위에서 편하게 낮잠을 자고 있고 꼭 바다의 왕자님이라도 본 것 마냥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거북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일상이다. 이런 풍경이 정착된 것에는 동네주민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터틀가디언(Turtle Guardian)’의 공이 컸다. 오아후가 개발되기 시작한 무렵엔 이곳의 거북이들도 밀렵과 포획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주민들이 먼저 거북이와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터틀 가디언을 조직해 거북이를 보호해 나갔다. 이에 하와이 정부는 이들에게 수의사를 지원해주고, 비용적 지원을 통해 보다 원활하게 거북이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줬다. 여기에는 거북이를 만지기만 해도 $10,000의 벌금을 내게 돼있는 엄격한 하와이 주 야생동물보호법도 힘을 실어 주었다.
터틀가디언은 현재 6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로 운영되고 있는데, 거북이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줘 이들이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라니아케아 해변에 올라오는 바다거북들은 모두 이름과 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터틀가디언들은 거북이의 등딱지와 얼굴만 보고도 이름을 맞출 정도다. 현재 이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바다거북은 총 29마리다. 일단 거북이가 올라오면 터틀가디언은 이름과 성별, 나이 등이 써져있는 표지판과 거북이를 보호하자는 문구가 담긴 경고문구를 거북이 옆에 세워준다. 여기서는 누구나 바다거북을 구경할 수 있지만 거북이를 만지거나 먹을 것을 줘서는 안 되며, 거북이와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터틀가디언으로 일하는 데비 씨는 “여기 올라오는 바다거북들은 사람들을 친근하게 생각해 도망가지 않고 이 해변을 편안한 휴식장소로 여겨 매년 다시 찾아온다”며 “지금같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었다”고 그 동안의 활동을 회상했다.
이들의 활동은 바다거북의 서식지를 지키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하와이 내 다른 멸종종 시민단체와 협력해 미정부에 탄원을 냄으로써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지난 15년 동안의 바다거북 서식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에 미국 해양대기청에선 바다거북군을 11개 집단으로 재분류했고 각 집단의 상황에 맞는 보호방식을 다시 고민해볼 기반을 마련했다.

라니아케아 해변에 올라온 거북이 주위로 이름이 써진 표지판이 세워져있고 2m 지점에 보호줄이 둘러져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포기하더라도

하와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노클링 장소 중 하나인 하나우마 만은 만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하와이의 독특한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입구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하와이에서 멸종 위기인 산호와 물고기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해양생태계의 파괴를 가능한 줄이기 위해 동시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기자가 입장이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위해 아침 8시 무렵 하나우마 만을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장이 불가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 입장을 하게 된다 해도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모든 방문자들은 멸종종인 산호초와 물고기, 또 거북이를 보호하는 방법이 담긴 동영상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교육 동영상에서는 “우리는 이 생태계에서 방문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규칙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하며 해양생물을 절대로 만지지 말 것을 강조했다. 교육을 진행하는 스티브 씨는 “바위처럼 보이더라도 멸종종인 산호초일 수 있다”며 “방문자들에게 이런 사실들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환경파괴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강조하는 독특한 규칙은 따로 있다.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말 것’. 자연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선 인간의 편리함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하와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나우마 만을 지키는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지 말 것을 권고하며 가능하면 옷 등으로 자외선을 가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스프레이형으로 된 자외선 차단제를 뿌리는 사람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제지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에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는데 하와이의 육지천연자원국(Departmen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s)의 조사 결과, 이 물질들은 산호초를 탈색시키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권고 차원에서만 이뤄져왔지만 앞으로는 규제가 될 전망도 보인다. 지난 1월 하와이의 국회의원은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하와이에서 완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하와이 환경단체들의 큰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나우마 만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들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하와이에선 단순한 보호차원의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멸종종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실시해 실제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카우아이 삼림조류 프로젝트(KFBRP: Kauai Forest Bird Recovery Project)는 하와이의 한 섬인 카우아이 지역의 멸종위기 조류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하와이 산림·야생동물 부서와 하와이대학의 연구팀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KFBRP 연구팀은 하와이 토착조류의 서식지를 조사하고 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원인을 분석해 더 적극적으로 멸종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팀에서는 원인 분석을 통해 실제로 적용가능한 보호방법도 제시했는데 이들은 “유전자 변형된 모기를 활용하면 모기 매개 질병을 통제해 멸종위기에 있는 조류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와이 주정부와 협의해 조류 보호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대학의 루스 게이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해양실험실에서 진행한 산호연구를 바탕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하와이의 산호를 다시 번식시킬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곳에서는 산호의 자연적응 과정을 앞당길 수 있는 ‘슈퍼산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야생의 산호에서 채취한 생식세포를 인공 수정했고 그중 회복력이 강한 ‘슈퍼산호’를 택해 다시 야생의 개체군과 교잡하는 방법으로 멸종위기의 산호초를 번식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산호초의 60% 이상이 백화*된 것으로 추정된 카네호네 만에 슈퍼산호를 이식해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하와이가 학계에서 ‘세계 멸종의 중심지’라고 불리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 정부와 시민들은 하와이에서 일어나는 멸종 현상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멸종종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와이에서 멸종동물 보호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회원인 무스카스 씨는 “하와이에선 최근 수십 년간 급격한 수준의 멸종속도가 관찰됐는데 이는 분명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우리 인간의 탓”이라고 강조하며 “이제는 방관하면 안 되는 때”라고 말했다. 한국은 멸종위기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을 위해서라며 모른척하던 일들이 결국엔 인류 전체에게 큰 칼날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화: 외부 환경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가 산호 속에 살고 있던 조류(algae)를 밖으로 내보내고 하얗게 변화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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