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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예술인도 노동자가 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지난 2015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연극인 김운하씨가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이후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본격적으로 요구됐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다시 촉구됐다. 이에 문체부는 3회에 걸친 새 정부 예술정책 토론회를 주최해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준비했다. 지난 7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예술인 복지정책을 논의하는 제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술인의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 복지금고 도입 방안이 발제됐다. 정향미 문체부 예술정책과장과 김상철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이 각각의 발제자로 참여했고, 다양한 예술 직종의 단체장 6명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후 21일과 27일에는 예술가 권익보장법 제정 방안과 예술정책 거버넌스 재정립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문체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근로자 고용보험과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프리랜서 형태의 예술인은 전체의 72.5%에 달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예술인이 특수한 근로 형태 탓에 일반적인 고용보험 대상에 해당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예술인들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의 구조에 놓여있었다. 이에 참여 패널들은 이같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향미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프로젝트 단위의 활동이 많은 문화예술인의 특성상 예술 활동 준비 기간에는 사실상 실업상태가 된다”며 “안정적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예술인을 보호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를 토대로 예술인들의 근로 특성을 반영하며 예술인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예술인의 특성상 사업주와 예술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의 절반씩 부담하는 일반적인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문체부는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임의가입 방식의 예술인고용보험을 택했다. 임의가입 방식을 택할 경우, 도입이 용이하고 더욱 넓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지만 개인이 부담하기에 보험료가 높다는 것을 고려해 이를 50% 지원하는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발의된 상태이다.

또한 예술인의 대다수가 소속이 불분명하고 수입이 일정치 않아 금융서비스를 받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논의된 것이 ‘예술인 금고’다. 예술인 금고는 소속과 일정한 수입이 필요한 일반적인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예술인에게 저금리의 대출을 제공해주는 금융서비스다. 김상철 운영위원은 “정부가 문화산업에 투자한 재원의 1%를 예술인 금고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해 예술인 개인을 지원하는 문화예술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예술인금고 운영방안을 제안했다. 예술인 금고에 대한 논의는 2000년 초반 나타난 예술인 공제회에 대한 논의와 같이 대두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예술인 공제회를 설립해 예술인들의 기금과 공적 자금을 활용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사업을 시행하려고 시도했으나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실패했다. 이를 두고 김상철 운영위원은 “예술인 공제회는 예술인들의 기금을 통한 예술인들의 자기 부담을 전제로 하므로 걷지도 못하는 영아에게 걸으면 복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이라 비유하며 예술인의 자기 부담이 없는 경제적 지원을 위한 예술인 금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런 제도들의 실효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예술인 고용보험에 대해서는 임의가입 형식을 택해 예술인들이 자율적으로 가입해야하기 때문에 예술인들의 참여가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준희 공연예술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현실적으로 예술인 고용보험을 예술계에 안착시키기 위해 해당 정책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획일적으로 모든 예술인에게 50%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방송계 내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스태프의 인건비가 정규직 스태프의 인건비의 두 배 이상인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에서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비율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예술인 금고의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준희 소장은 “문화상품의 부가세 면세 등을 활용한 기금 조성 방식을 채택하면 재원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예술인 복지 정책문제는 복잡다단해졌다. 하지만 토론회 참여자들은 근본적으로 예술인 노동성의 보편성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예술인을 특수한 집단으로 분류하지 않고 예술인들의 보편적인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은 “불공정한 계약 관행의 개선이 없는 예술인 복지확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예술인들도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예술인의 근로환경개선 및 복지 사업의 기초단계인 것이다. 김상철 운영위원은 “결국 예술인들은 그들을 따로 모아 제공하는 특혜성 제도를 제공하는 것 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보장받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발제된 것과 같이 예술인의 특수한 노동환경을 고려한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논의는 분명 유의미하다. 하지만 그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노동 환경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인 금융서비스에 제한을 받아온 것은 본질적으로 그들의 노동자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예술인의 특수한 근로 환경,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 복지에 관한 소통과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명은 기자  jeongme165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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