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

코스모스 졸업, 가을 졸업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캠퍼스는 여름이 지쳐 온통 청록빛으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여름은 생명의 기운이 무성한 계절입니다. 이 여름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때 학교 공부를 마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여러분께 마음 속 깊이 축하를 드립니다.

여기서 저는 잠깐 엉뚱한 이야기를 하나 꺼내볼까 합니다. 곤충 말입니다. 저는 곤충이 성장과정에서 모습을 바꿔가는 것에 늘 관심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식은 별로 없습니다만,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고치를 지어 들어앉았다 아름다운 날개를 단 나비가 되는 일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성장한다는 것,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그렇듯 생명의 모습을 바꾸면서 더 아름답게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도 곤충과 똑같이 모습을 바꿔 가는 것, 그러면서 더 높고 아름다운 존재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소년소녀가 됐다 어른이 되고 노년에 다다르는 것, 그것은 서서히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다 흐르고 보면 사람에게도 곤충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변화, 변태가 일어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람도 곤충들처럼 모습을 바꿔 가며 삶을 바꿔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태 현상은 어떨까요? 모범생들, 공부 잘하는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은 대략 15세쯤 될 때까지 1차 변태가 일어납니다. 착한 사람, 착실한 사람, 예의바른 사람, 미래가 있는 사람으로 겉모습이 바뀌는 과정이 일단락된다는 것이지요.

자, 그때부터 이 사람들에게는 2차 변태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곤충이 모습을 바꾸는 것과 달리 이 변태는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겉은 사회성 있고 윤리적이고 모범적인 그대로인데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법, 유리한 위치에 서는 법, 사람들끼리 서로 이용하고 활용하며 사는 법 같은 것을 익히는 단계가 시작된다는 것이지요. 이 변화 과정을 저는 약 이십대 말에서 삼십대 초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3차 변태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제 관찰에 의하면 이 변화는 모든 모범생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 3차변태는 안에서 2차변태를 통해 얻어진 특질이 1차변태를 통해 얻어진 겉모습을 뚫고 돌연 출현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지요. 세상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억울하면 출세하면 되잖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능력이 있다면 그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느끼는 사람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향해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바꿔 나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입니다.

대학 졸업은 참 뜻 깊습니다. 인생은 자연의 순환과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눌 수 있겠지요. 그러면 대학 공부를 마치는 때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과 같습니다. 이십대라면 정녕 빛나는 청춘의 봄을 만끽하고 여름의 시련에 다가서는 때입니다. 삼십대에 졸업한다 해도 아직 여름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초록이 청록빛으로 변해 가고, 장마가 지고, 뜨거운 태양빛이 내려 쪼이는 나날들이 아직 길게 남아 있습니다.

여름은 시련의 계절이지만 생명의 기운 또한 이 시련을 이기고 타넘을 만큼 드셉니다. 온몸과 마음에서 솟아나는 힘과 열정은 앞으로 다가올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합니다. 용기를, 희망을 품고 세상의 바다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학에서의 나날들도 쉽지만은 않았지요. 짧지 않았던 나날들을 슬기롭게 운영해 온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큰 축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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