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디자인학부 12학번 윤지연 씨

“지금 되돌아보면 입학했을 때가 정말 까마득한데, 대학생활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졸업을 앞둔 소회를 물어보는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윤지연 씨(디자인학부·12)의 답이다. 그만큼 그의 대학생활은 다양한 활동과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으면서도 정작 졸업하면 학교가 그리워질 것 같다는 윤지연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디자이너로서 축제를 디자인하다=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윤 씨는 자연스레 미대를 꿈꿔왔고, 디자인 전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학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고인 물처럼 틀에 박혀있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과 공부 이외의 활동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서울대학교 축제하는 사람들(축하사)’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윤 씨는 “포스터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주 2회의 정기적인 회의와 같이 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특히 축하사에 몸담은 지 2년째 포스터를 비롯한 무대 및 부스 등 축제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 팀장을 맡았을 때는 팀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이를 통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소통이 중요한 디자인계의 특성상 ‘디자이너 윤지연’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축제 이름, 주제 등을 정하는 축하사 회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온갖 말도 안 되는 의견이 쏟아지는 ‘아무 말 대잔치’지만 그 가운데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디자이너에겐 무언가를 포착해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팀장으로서 그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윤지연을 찾기 위한 노력=디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다른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생 소모임 ‘TR’ 또한 그의 대학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 씨는 TR에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여기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껴 그동안 그가 작업한 여러 작품들을 소개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윤 씨는 포트폴리오에 올려놓은 작품들 중 ‘Shake your room’이라는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디자인학부의 ‘아이덴티티디자인’ 수업에서 기획한 이 작품은 방을 치우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시작됐다. 그는 방을 꼭 치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돈’이라는 원래 목적을 파괴해 연필을 꽂으면 오히려 더욱 어질러진 것처럼 보이는 연필꽂이를 디자인했고, 한 평 가량의 작업실을 마련해 관객이 직접 방을 어지르는 관객 참여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윤 씨는 “평소에 아끼는 물건을 방 곳곳에 나열하는 것을 좋아해 어질러진 상태가 내겐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어질러진 방은 결국 내 아이덴티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봐도 윤지연의 생각과 행동이 담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전시가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란 ‘잠수함 속의 토끼’=윤 씨에게 디자인이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며 따라서 디자이너는 우리를 둘러싼 문제를 진단하는 ‘연필 든 의사’다. 윤 씨는 “산소측정기가 없던 시절 산소 농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산소 농도를 확인하는 데 이용됐던 토끼와 같이, 디자이너는 사회 문제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자이너 윤지연이라는 퍼즐을 조금씩 맞춰가고 있는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어느 특정 분야나 주제만을 다루기보다 사진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껏 키스하는 남녀의 입술을 형상화한 애니메이션 ‘How to kiss’나 ̒나상현씨밴드’의 앨범 ‘불장난’의 표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에 참여해온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축제 디자인, 소모임, 앨범 표지 디자인 등 다양한 활동을 담아낸 그의 대학생활이 그가 훗날 다양한 빛깔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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