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교수
의과학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유전체의학연구소에서 서정선 교수(의과학과)를 만났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연구소 곳곳에는 그간 서 교수가 해온 연구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을 하다 보니 어느덧 연건캠퍼스에서 47년을 보냈다는 서 교수는 “이곳에서의 모든 날이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유전체학연구소에서 20년을 보낸 서 교수가 처음부터 유전체학을 전공했던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 시절 생화학을 전공해 분자생물학 분야를 연구했던 그는 교수 생활 도중 유전체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미래에 필요할 의학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다”며 새롭게 도전했던 유전체학에 대해 “나는 뒤따라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틈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경쟁에 얽매이기보단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장거리 선수 전략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그 결과 그는 일본 도쿄대 농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단위생식(단성생식) 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자 없이 난자의 조작만으로 포유류를 탄생시킨 그의 연구는 서울대 의대에서는 최초로 유력 과학지 「네이처」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네이처」와 그 자매지에 총 12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1997년, 서 교수는 바이오 기업 ‘마크로젠’을 설립하면서 또 다른 도전에 발을 내디뎠다. 설립 당시 주변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그는 “당시 서울대는 학문 중심의 분위기였기 때문에 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마치 외도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던 그는 마크로젠 설립을 추진해나갔고, 그 결과 마크로젠은 150개국에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는 마크로젠을 개인별 맞춤 의학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서 교수는 “이제는 학생과 학교 모두 세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학문 중심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창업에 대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라며 “학생들이 창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학내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크로젠의 주식 일부를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한 서 교수는 “벤처에 도전하려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온 서 교수는 “즐겁게 원하는 대로 하다 보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몸소 실천해왔다. 퇴임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힌 서 교수는 후학들에게 “경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릴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이 이뤄진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