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 교수
의학과

혜화동 서울대 어린이 병원에 있는 김중곤 교수(의학과)의 연구실에는 인형과 함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지난 행복한 시절을 담고 있는 사진들처럼 김 교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담겨있었다. 그는 “학생 때부터 40여 년간 대학로에 머물렀다”며 “정년을 마치고 떠나려니 서운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퇴임 소감을 전했다.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교수님들이 멋져 교수가 되기로 했다는 젊은 의학도는 어느새 소아 임상 면역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의료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꿈을 가꿔나가게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아 임상 면역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소아 임상 면역이란 아동기에 나타나는 면역학적 질환인 알레르기, 면역 결핍, 자가 면역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데, 김 교수는 그중에서도 불모지였던 면역 결핍 질환과 자가 면역 질환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김 교수는 2006년 소아 임상 면역학회를 설립해 소수의 의사만 연구하던 분야를 다른 의사들에게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소아 임상 면역이 다루는 질병의 수는 매우 많지만, 각각의 질병을 앓는 환자 수가 적어 의사들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소아 임상 면역 분야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더불어 그는 2010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요가 적어 전문가가 부족한 질환들에 대해 희귀난치성질환센터에서 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치료에 있어서 환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꾸준한 연구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초로 선천성 면역 결핍 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에 성공하기도 했다. 유전자 치료는 고장 난 면역세포에 정상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를 주입해 유전자를 고쳐주는 기술이다. 선천성 면역 결핍 질환은 특정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면역이 결핍돼 일찍 사망하게 되는 병으로, 현대 의학에서는 유전자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다. 이러한 행보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선 이론의 실천적인 적용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퇴임 후에도 계속해서 환자를 진료할 계획이다. 그는 교수직에서는 은퇴하더라도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학들에게 섬김과 나눔의 가치를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단순히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 때문에 겪는 불편함까지 배려해야 한다”며 “모든 문제를 환자 입장에서 풀어가며 환자들을 섬기고 전문성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