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걸 교수
국사학과

인문대 한편의 한적한 김인걸 교수(국사학과)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관악산이 훤히 보이는 넓은 창과 많은 서적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에 차를 즐겨 마신다는 김 교수는 기자에게 차를 권하며 운을 뗐다. “좋은 시절에 좋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며 은퇴 소감을 전한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김 교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부가 올바른 역사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국사학과에 진학했다. 김 교수는 “국사학은 현재 대한민국의 뿌리”라며 “뿌리를 찾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를 곧은 나무로 성장하게끔 한다”고 국사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가 2015년 국정교과서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국정교과서에 대해 반대하는 행보를 이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1970년대 국정교과서에선 여러 학설 중에서도 소수의 학설만이 두드러짐에 따라 역사학계가 갈등을 겪기도 했다”며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국정교과서를 통해선 올바른 역사교육을 구현해내기 어렵다”고 국정교과서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는 학문이라는 그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서울대 박물관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서울대에서 발굴한 보루에서 나온 고구려 항아리가 현재 한국의 항아리와 비슷하다는 것에 흥미로움을 느꼈다”며 “이를 계기로 2012년 ‘박물관 유물과 현대 도자공예’라는 도예과와의 합작 전시회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규장각한국학연구원장이 된 그는 규장각의 의미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렸다. 김 교수는 “고대에서 조선시대까지, 그리고 일본과 중국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료를 소장하고 있는 규장각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며 한국학연구원에 임했다”고 전했다.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국사학도를 비롯한 모든 인문학도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교수는“인문학이란 모든 자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일”이라며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은 종합사고능력을 바탕으로 어느 자리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자부심을 가지되 긴장을 끈을 놓지 말라”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항시 준비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가 국사학자로서 오랜 길을 걸어온 것도 이런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 곧은 사회를 지향한 김 교수의 발자취는 후학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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