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봉 교수
작곡과

지난 6월 24일 정태봉 교수(작곡과)는 정년퇴임 기념으로 특별연주회를 열었다. 연주회의 마지막 곡인 ‘타악기를 위한 진혼Ⅱ’는 그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작곡한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곡가로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곡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신념을 가진 정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작곡의 길을 담담히 들려줬다. 정 교수는 작곡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갔다. 그는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어릴 적 음악을 제대로 배울 수 없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작곡을 하면서 작곡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 정 교수는 “대학 졸업 이후에 독일로 유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일해 돈을 벌었다”며 “독일에서의 유학생활 동안 앞으로 어떤 작곡가가 돼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음악 철학을 “절대적인 진리를 상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진리도 보는 주체와 환경 등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들이 결합될 때 대상의 실체에 훨씬 더 가까운 모양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 화음의 조직이나 체계, 리듬의 운용 등에 이러한 개념이 잘 녹아들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미래학회’를 창립하고 활동한 그는 작곡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았다. ‘미래학회’는 1970년대 아방가르드적인 작곡에 뜻을 모은 7명의 작곡가들이 만든 단체로 지금까지도 정기적인 연주회를 열고 있다. 정 교수는 “1970년대에는 대부분의 작품이 낭만주의 전통을 따랐다”며 “낯선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동료 음악가들이나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의 시각을 넓혀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한국 음악계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한국의 음악인들이 문화 선진국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한국 음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음악인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먼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철학이나 예술에는 규칙이 없기에 경쟁이 있을 수가 없다”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면서 세계를 따듯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넉넉한 정신을 가진다면 경쟁을 뛰어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 박성민 기자 seongmin4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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