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교수
국제학과

올해로 설립 20주년인 서울대 국제대학원, 학교와 세계가 만나는 이곳에서 박태호 교수(국제학과)를 만났다. 국제대학원이 세워질 때 함께 관악에 왔다는 박 교수는 “국제대학원에서는 처음으로 은퇴하는 교수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퇴임 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에게 국제통상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밝힌 박 교수의 두 눈에는 40년간 몰두했던 국제통상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대학가에 국제화 바람이 불던 1997년에 박 교수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전신인 국제지역원 교수로 부임했다. 독립된 대학원이 아닌 협동과정으로 출발했던 국제지역원은 2003년에 국제대학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확대 개편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박 교수는 “처음 2명의 교수만으로 시작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일종의 지원부서였기에 학위 심사나 교수 선발에는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내 “지금은 하나의 추억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국제지역원과 국제대학원 모두에서 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국제적인 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힘을 쏟았다. “국제대학원을 동아시아의 교육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힌 박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고안해왔다. 그 결과 현재 국제대학원은 2002년부터 프랑스의 에섹경영대학과 복수 학위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서울·베이징·도쿄 대학에서 각각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CAMPUS Asia Program)’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투자전문가그룹 의장직을 맡았을 당시 국제대학원 학생들을 회의에 동행시켜 학생들이 실제 국제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겸비한 학제적 인재를 양성하고 싶었다”고 밝힌 박 교수는 “앞으로도 국제대학원이 이론과 실무,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주요 국제기구에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박 교수는 “아직 국제대학원의 역사가 짧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희망은 충분하다”며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실제 국제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미 졸업생의 약 80%가 국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제기구 진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국제화를 준비하기 위한 휴먼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서울대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교에서 만들어진 국제대학원이 이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지금까지의 삶에 원동력이 됐던 것은 국제통상에 대한 흥미 그 자체였다”며 학생들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기 분야를 정했다면 해당 분야와 관련된 국제경험을 해봤으면 한다”며 “해외로 교환학생을 가거나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것 또한 중요한 공부가 될 수 있다”고 후학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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