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교수
물리천문학부

책으로 가득 찬 연구실에서 만난 박영우 교수(물리·천문학부)는 “참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우수한 학생들을 37년 동안이나 무탈하게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박 교수는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며 실험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는 “대학에 다닐 시절, 우리나라 자연과학계에서는 실험이 아닌 이론을 잘하고 문제를 멋있게 풀어내는 것을 중요시했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론보다 실험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박 교수는 “미국 학계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의 방식에 맞춰져 있던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 생활을 통해 “과학이란 결국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실험과학(empirical science)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론과 실험을 결합해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물질의 응집된 상을 다루는 응집물질 물리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응집물질 물리학은 하나의 입자에 대해 연구하는 대부분의 물리학 분야와 달리 여러 가지 입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입자들의 다양한 작용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나노 플라스틱 섬유에서 자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는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2003년부터 2년간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영문 학술지를 창간했다. 그는 “일본의 자연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좋은 학술지였다”며 “한국에도 새로운 연구를 실을 수 있는 학술지가 있다면 연구 기반이 튼튼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국 학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국의 인지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던 연구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지에 출판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박 교수는 글로벌한 학술지를 창간하고 신뢰도와 공신력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한국 학술지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표지에 한국 물리학회 학술지임을 명시하지 않았고, 외국의 저명한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했다”며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다. 그 결과 박 교수가 창간한 학술지는 세계 학술지 평가 척도인 SCI 임팩트 팩터에서 국내 물리학 학술지 중 가장 높은 점수인 2.0을 받았다.

박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 연구비 지원을 위한 현실적인 연구를 하느라 미뤄뒀던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학문 연구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그는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도한 선행학습과 얕은 공부로 인해 물리학 근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며 “진정한 물리학도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만 추구하지 말고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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