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봉 교수
생명과학부

어지러운 약품냄새가 배어있는 실험실을 지나 책장으로 정갈히 채워져 있는 연구실에서 홍주봉 교수(생명과학부)를 만났다. 맑은 미소와 함께 커피를 건넨 홍 교수는 그간 학자로서 살았던 삶을 잔잔히 풀어냈다. 홍 교수는 서울대에서 식물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9년간의 미국생활 끝에 모교의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자신이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뛰어난 학생들에게 강의할 수 있던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 그는 “그저 내 자질을 바탕으로 성실히 살아갔을 뿐”이라며 “우연히 환경과 시기가 맞아 나름대로 큰 공헌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홍 교수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실제로 그는 자신에 맞게 직접 전공을 설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홍 교수의 전공인 식물분자생리학은 전 세계에서 그가 최초로 고안한 학문이다. 20여 년 전부터 생물 관련 모든 분야의 기초였던 학문은 분자생물학이었다. 당시 식물생리학을 전공하고 있던 홍 교수도 자연스레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분자생물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 결국 그는 두 학문을 혼합해 식물생리를 DNA와 분자차원에서 연구하는 식물분자생리학을 탄생시켜 전공으로 삼았다. 홍 교수는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공까지 만들게 된 것”이라며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추세에 얽매이지 말고 그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교수들도 열린 태도로 학생들이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전을 중시한 홍 교수는 재직시절 공학도의 창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유전공학특화 창업보육센터 센터장을 맡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유전공학도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후 서울지역 창업보육센터협의회장직을 맡아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창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홍 교수의 노력으로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다. 그는 “센터장과 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적이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앞으로 서울대 차원에서 공학도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 현재보다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제자들에게 ‘과정을 즐기는 삶’과 ‘자연을 멀리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를 당부했다. 그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매일이 즐거울 뿐더러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자만하지 않고 사회와 나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만을 가까이해 새로운 영감을 얻지 못하고 문명을 만들어낸 사람의 틀에 갇히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 더 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제자들은 항상 마음속에 자연을 간직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사진: 윤미강 기자 applesour@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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