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간 150주년을 맞는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오랜 역사서이자 위대한 논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정립했고 자본주의의 발생과 발달과정 및 작동원리를 밝혔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에선 노동자 착취와 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를 그렸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이상사회는 붕괴했고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체제로 자리 잡게 됐다. 그의 사상은 주류에서 밀려났고 『자본론』은 그저 실패한 예언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완전한 승리를 거두진 않았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노동자 착취로 말미암은 갈등은 ‘우리는 99%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같은 불평등 해소 운동으로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공황과 경제위기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랫동안 마르크스경제학을 가르친 故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고통과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자본론』을 읽어야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으로 『자본론』의 이론 체계를 알기 쉽게 해설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류경제학이 보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밝힌다. 더불어 그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에서 현실의 사례를 분석하고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윤의 출처와 노동자 착취

현 주류경제학과 『자본론』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이윤의 출처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이윤을 기업가적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라고 여긴다. 기업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을 이뤄내고 사업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자본을 투자한다. 이윤은 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이 해석의 아래에선 기업가가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을 축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본론』은 이윤을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로 해석한다. 노동자가 노동으로 만든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노동시간의 평균이다. 노동이 곧 상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얻는 이윤은 노동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 중 일부를 부당하게 빼앗은 것”이라고 말한다.

김수행 교수는 이를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의 방적공장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방적공장의 자본가가 20원어치의 면화와 4원어치의 방추를 구매하고 임금 3원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12시간 동안 면사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 면사를 30원에 팔아 3원의 이윤을 얻었다. 면사의 가격 30원 중에서 24원은 면화와 방추의 가치고 6원은 12시간의 노동이 창출한 가치다. 한 시간 노동이 0.5원을 생산하는 셈이다. 3원을 받는 노동자는 6시간만 일해도 되지만 노동자는 이보다 6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이를 노동자 착취로 여겼다. 임금의 가치에 해당하는 시간을 필요노동(지불노동), 뒤의 6시간처럼 임금의 가치 외의 노동을 잉여노동(불불노동)이라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가 무한히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을 축적하려해 잉여노동의 양이 점점 많아지게 되고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윤을 늘리는 데는 두 방법이 있다. 먼저 임금이 고정된 채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절대적 잉여가치를 얻는다. 다음으로 고정된 전체 노동시간에서 지불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상대적 잉여가치가 창출된다. 노동법을 비롯한 현실적 제약 때문에 노동시간을 무한히 늘릴 수는 없어 절대적 잉여가치 획득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자본가는 지불노동시간을 줄여 상대적 잉여가치를 획득하는 것에 집중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이 발달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임금에 해당하는 가치를 더 빨리 만들어내 지불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체 노동시간에서 불불노동시간이 증가해 자본가는 상대적 잉여가치를 얻게 된다. 김수행 교수는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해 기존 시중가격에 팔 수 있다면 특별잉여가치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자본가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열중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는 공장제 공업 같은 작업방식과 기계와 원자재처럼 잉여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불변자본에 대한 투자가 노동자의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장제 공업에서 도입되는 분업, 기계화 생산방식이 노동자를 지배, 착취한다고 봤다. 노동자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기계 부속물이 되기 때문이다. 불변자본인 생산수단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생산기계가 발달하면 소수의 유순한 노동자만으로 상품생산이 가능해 상대적 과잉인구가 해고된다. 그는 “이 경향이 지속되면 산업예비군이 양산돼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김수행 교수는 이를 “한편에선 자본의 축적이,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빈곤의 축적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새로운 사회를 형성할 요소들과 낡은 사회를 타도할 세력을 키운다”고 평했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포디즘과 테일러주의는 임금을 높여 구매력 및 유효수요 증가와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이뤄내 노동자 착취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듯했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생산은 노동의욕을 감소시켰다. 더욱이 급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워 상품의 부족이나 과잉을 일으켰다. 이에 미국, 스웨덴, 일본에서 포스트포디즘이 등장했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직무순환이나 팀작업을 통해 노동자를 다능공으로 육성하며 앞선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용의 유연화가 이뤄져 노동자의 삶은 불안정해졌으며 무리한 업무의 확장은 일본에서 과로사 문제를 일으켰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산업공황의 발생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 외에 공황과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내재적 문제를 지닌다. 신용이 하락해 대량의 채권이 갑자기 회수되거나 뱅크런*이 나타나면 모라토리엄*과 함께 신용공황과 은행공황이 발생한다. 김수행 교수는 사실 이 신용·은행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잉생산으로 인한 산업공황의 발생이라고 주장한다.『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공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는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상대적 잉여가치를 축적하는 행위와 관련된다.

자본의 목표는 이윤을 얻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윤율이 낮아져 이윤을 얻기 어려워진다”며 “새로운 투자가 감소해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산업의 평균적인 이윤율은 노동력처럼 잉여가치를 만드는 가변자본요소의 양을 불변자본요소의 양으로 나눠서 구한다. 그런데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 불변자본의 상대적 비율이 높아져 산업의 평균적인 이윤율이 변동된다. 이윤율이 낮아질 것 같지만 실제 사회에선 이윤율을 높이는 요인도 작용해 정확한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김수행 교수는 “마르크스가 불변자본의 비율과 이윤율이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히려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그러나 불변자본의 비율과 이윤율의 상관관계는 이론적으로 확증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일반적으로 불변자본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수록 이윤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이처럼 이윤율이 저하되면 과잉생산이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자본가가 잉여가치의 절대적 양을 늘려 저하된 이윤율을 상쇄하려는 욕구를 갖게 돼 생산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생산수단은 확대되지만 노동인구의 상대적 크기가 감소해 상품공급량에 비해 구매력과 수요가 부족해진다. 이로 말미암아 자본주의에는 공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김수행 교수는 “세계적 공황을 살펴볼 때 이윤율 저하가 근본적인 원인이었음을 쉬이 확인할 수 있다”며 1997년 한국 경제가 겪었던 공황을 예로 들었다. 자본주의 경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주기적 공황은 경제가 꼭대기, 즉 호황에 도달한 뒤 수축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한국도 1996년 경제가 주기적 꼭대기에 도달한 뒤 공황이 발생했다. 당시 국내 대기업은 국내시장 및 해외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설비규모를 확대하고 신기술을 채택하는 등 불변자본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 이러한 과잉투자로 초래된 과잉생산이 상공업의 공황을 일으켰고 신용공황과 은행공황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은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조절되지 않는 과잉생산에 따른 공황이 발생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효율성 저하를 우려해 만연해있는 빈부격차와 노동착취를 수정하지 못한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이러한 문제들을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의 문제로 규정하고 시스템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강구한다. 마르크스는 “생산은 사회적 분업을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나 소득은 특정한 소수에게 편중적으로 분배되는 것이 문제”라며 구매력 부족으로 인한 과잉생산과 공황의 필연성을 지적했다. 더불어 자본을 축적하고자 잉여가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소비능력이 하락하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김수행 교수는 기업가와 노동자, 부자와 서민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을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양극화를 좁히고 빈곤층이 건강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비정규직을 폐지하는 등의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는 이를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수요와 구매력을 촉진시켜 과잉생산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의 신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차원에서 서민 계층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해당 정책이 정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제안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급진적이며 이상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성장을 앞세워 다수의 희생을 종용했던 기존의 자본주의 사회가 곪은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흔은 경제위기로서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빗나간 예언인 『자본론』이 현대 자본주의에 제시하고 있는 빛나는 통찰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뱅크런: 은행에 돈을 맡겨 두었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모라토리엄: 채무이행이 어려울 경우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서 일정기간 채무의 이행을 연기 또는 유예하는 일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
김수행 옮김
비봉출판사
501쪽
23,000원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김수행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311쪽
16,000원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

김수행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564쪽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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