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

영화 <너브>는 소심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 ‘비’가 SNS 미션 수행 사이트인 ‘너브’에 가입하면서 시작된다. 도전자들의 미션 성공 여부에 돈을 거는 너브의 유저 ‘왓쳐’들은 ‘비’에게 모르는 사람과 키스하거나 건물 밖을 나체로 나가는 미션에 도전하도록 거금을 사용한다. 너브에서는 왓쳐가 늘어날수록 미션 도전자에게 주어지는 단계별 상금이 늘어나는데, 결국 ‘비’는 조그만 일탈에서 시작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위험천만한 미션에 응하기까지 이른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이는 이러한 엽기적인 모습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실제로 재현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6만 여명의 팔로워를 가진 남성 BJ 김윤태 씨가 살인을 예고하며 여성 BJ 갓건배의 집을 찾아가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김 씨는 그 과정에서 “밟아 죽여 버릴 것” 등 살해 협박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으며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에 의해 범칙금 5만 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자극적인 내용을 송출하는 개인방송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지금, 『대학신문』에서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어떻게 규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인터넷 개인방송, 그 세계의 생리

인터넷 개인방송은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방송 혹은 VOD(Video On Demand)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아프리카 TV, 판도라 TV, 유튜브, 트위치 TV 등의 플랫폼을 주무대 삼는 개인방송은 점차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개인방송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3000억원에 이르며, 100만 명이 넘는 고정 애청자를 보유한 유명 BJ의 수도 상당하다. 주시청층인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25%가 개인방송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선정적·폭력적 콘텐츠가 별다른 규제 없이 송출되거나 시청자의 범법 행위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2013년에 한 BJ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자신의 다리를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했으며 최근에는 왁싱숍을 혼자 운영하는 여성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방송을 본 남성 시청자가 해당 왁싱숍에 찾아가 매장 주인을 성폭행하려 한 뒤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A 씨(언론정보학과·17)는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방송도 많다”며 “이런 콘텐츠가 생산되는 건 인터넷 개인방송 BJ들의 의식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자극적인 콘텐츠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인터넷 개인방송 전체의 모습으로 비치는 현실에 우려를 드러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BJ전문 인터넷 신문 BJN의 대표 김진우 씨는 “자극적인 콘텐츠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왔지만 시장이 커지고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라며 “자극적인 콘텐츠가 개인방송 전체의 모습인양 보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넷 개인방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글을 발표한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BJ가 얻는 수익의 대부분은 아프리카 TV의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이라며 “이용자들로부터 더 많은 별풍선을 얻기 위해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BJ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사업자와의 수익 배분에서 가져가는 비율이 증가하는 구조는 자극적인 콘텐츠의 생성·심화에 큰 유인을 제공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TV는 일반BJ, 베스트BJ, 파트너BJ 순으로 등급이 올라가면서 BJ와 사업자가 각각 6:4, 7:3, 8:2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갖는다.

플랫폼 사업자 자율에 맡긴 개인방송 규제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법’ 상 방송서비스가 아닌 인터넷서비스로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적용을 받고 있다.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사업자는 프로그램을 송출하려면 정부로부터 다소 까다로운 기준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며 연령 기준을 명시할 의무도 있다. 반면 인터넷 방송 사업자의 경우, 신고만 하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며 콘텐츠 심의 기준도 방송 서비스보다 낮고, 사전 심의가 아닌 사후 심의에, 콘텐츠에 대한 연령 표시 의무도 없는 등 공공성에 대한 의무가 방송에 비해 덜 부과된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비롯한 정부기관에서 모니터링 팀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의 대부분은 사업자의 자체적인 모니터링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심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적인 규제 기준 마련을 골자로 한 ‘인터넷방송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업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콘텐츠 등급 분류 및 접근 제한 조치는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지만 음란·욕설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과 자극적인 콘텐츠를 방송하는 BJ의 관리 강화는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김진우 대표는 “아프리카 TV를 기준으로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개인방송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며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심의하고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업자 자율 규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방심위는 음란·도박·성매매 등 명백한 불법 콘텐츠를 송출하는 악성 BJ에 대해 사업자가 즉각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규제를 사업자에게 일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최 조사관은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기는 수익 중 일부가 사업자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강한 제재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사업자가 해당 제도를 통한 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 이상과 현실 사이

앞서 지적했듯, 자극적인 인터넷 개인방송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인터넷 개인방송 전반의 규제 강화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자극적인 콘텐츠만이 인터넷 개인방송 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응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인터넷 전반에 대한 내용 규제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에 더불어 강도 높은 방송 규제까지 적용한다면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이라는 장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 또한 “현재 성장하고 있는 산업에 과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개인방송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선별적 규제가 필요하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는 이에 대해 “적어도 명백히 현행법을 어기는 BJ에 한해서는 방송 송출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별적 규제에 더해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는 유해성이 의심되는 수준은 물론이고 현행법을 위반하는 콘텐츠가 유통된다 해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아프리카 TV의 BJ 해형은 ‘도로교통법’에 금지된 심야 레이스를 생중계해 불구속 입건됐지만 해당 플랫폼 사업자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최 교수는 “최근까지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인터넷 개인 방송의 규제책이 자율적 처리라는 형식상의 모습으로만 운영되고 실질적인 규제력을 가지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사업자에게도 BJ의 현행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처벌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그 대상이 음란물에 치중된 측면이 있지만 법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지난 7월, 인터넷 방송사를 포함한 플랫폼 사업자가 온라인상 음란물을 유통하였을 경우 이를 사업자가 즉시 삭제하도록 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업자를 제재하는 법안을 제안한 바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한편,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 도입의 선결 과제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최근 들어 유튜브와 트위치 TV 같은 해외 플랫폼이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러한 형평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은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법적으로 한국에의 실적 고지, 감사 의무가 없으며 사업자 제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최 조사관은 “해외 사업자라 해도 국내 법률의 규제를 받지만 이를 국내 기업만큼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업자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규제 기관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국 사업자가 해외에 진출해서 규제를 덜 받는 것을 고려했을 때, 운영상의 형평성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 교수는 “해외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라도 BJ나 그 내용물에 대해서는 방통위의 블라인드 처리 요구가 가능하고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며 “사업자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는 국가의 의무를 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방송을 줄여 나가기 위해선 사업자와 BJ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많은 BJ들이 그저 자극적이기만 한 방송은 인기를 끌기 어렵고 결국 일자리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채 씨(언론정보학과·16) 또한 “행위자 자체도 문제지만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적극적 수용자로서의 역할을 인지하고 책임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