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2학기 수강신청 때의 일이다. 늦으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동이 다 트기도 전인 새벽부터 길을 걸어 PC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다시 집으로 향해야만 했다. 당시 나는 빠른년생이었고, 아직 만 나이로 성인이 되지 않아 오전 9시가 되기 전까지 PC방 출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수강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두 개 정도 초안지를 썼던 것 같다.

수강신청은 학기를 시작하려는 모든 학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동아리도 학점도 아닌 수강신청이라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글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수강신청은 학기 시작 한 달도 전에, 그것도 오전 7시에 치러진다.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또 내 주변 친구들은 수강신청의 시기와 시간 모두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우선 조기졸업생이나 빠른년생인 친구들은 법적으로 오전 7시에 PC방에 출입할 수 없다. 검사를 하지 않는 PC방을 운 좋게 찾거나 집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 수강신청을 집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든 학생이 평등하게 어디서 수강신청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때야 할 수 있는 말이다. 만약 나이 등의 이유로 일부 학생들에게 PC방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불평등이다.

PC방에 갈 수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도 7시라는 수강신청 시간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원래 그 시간이었다면 자고 있었을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들 밤을 새우거나 새벽같이 일어나 수강신청을 한 뒤 피곤하게 지내거나 낮까지 잠을 잔다. 어떤 친구들은 알람을 듣지 못했다며 부랴부랴 남은 수업을 ‘주워서’ 마음에 들지 않는 학기를 보내야 했다. 한 학기 동안 들을 수업을 결정하는 수강신청이 너무나 비일상적인 시간에 이루어진다.

개강 한 달여 전이라는 수강신청 시기 또한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계절학기가 채 종강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다음 학기의 시간표를 짜기 위해 아침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개강에서 너무 먼 시점이다 보니 수강신청 직전까지 강의교수명이 입력되지 않아 강의평가 사이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강의들도 있다. 수강신청 당일에도 강의계획서가 올라오지 않아 어떤 수업인지 판단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수강신청 시기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과와 교수님들께도 조금 빠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학교를 만 2년 정도 다니면서, 학기를 시작하는 수강신청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수강신청은 모든 학생들의 매학기를 결정하는 첫단추니까. 이렇게 모두에게 중요한 수강신청의 시기나 시간을 모두가 더 편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경한다면, 모두가 조금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학기의 처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권민영
경제학부·15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