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페미니즘 책방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페미니즘 책방
  • 정명은 기자
  • 승인 2017.09.03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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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관악구 페미니즘 책방 ‘달리, 봄’
달리봄의 전경. 책방지기는 기자에게 『아주 친밀한 폭력』(정희진)을 추천했다.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특별한 책방이 들어섰다. 북적거리는 샤로수길 맞은편의 굽어진 골목을 따라가면 마주하게 되는 페미니즘 테마 책방 ‘달리, 봄’(달리봄)이 그곳이다.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달리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지난달 15일 문을 열었다. 영업을 시작한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관악구에 페미니즘 테마 책방이 생겼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책방에 방문했을 때 이곳의 책방지기인 류소연 씨(29)와 주승리 씨(27)는 한창 손님들에게 맞춤형 도서를 추천하고 있었다.

달리봄의 두 책방지기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역사를 전공하면서도 특히 말을 듣고 기록하는 구술사에 관심이 많았던 류소연 씨와 주승리 씨는 출판사 ‘허스토리’를 만들어 기록에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왔다. 류소연 씨는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 서울 사람보다는 지방 사람, 학력이 높은 사람들보다는 낮은 사람들의 역사는 배제돼왔기에 그들의 역사를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들었던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해 허스토리를 발전시켜 페미니즘 테마 책방사업을 구상했고, 이는 지금의 달리봄이 됐다. ‘기존의 시선과 다르게 봄’과 ‘자신들이 꿈꾸는 또 다른 봄’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달리봄이라는 책방 이름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책방의 모습이 드러난다.

달리봄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책방지기들은 책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간담회나 워크숍 진행을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류소연 씨는 “오는 9월 16일에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의 저자가 참여하는 간담회가 열린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더불어 일반 책방과는 달리 손님들에게 맞춤형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대학신문」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묻자 류소연 씨는 “페미니즘 이론서로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가 가장 대중적이고 『82년생 김지영』 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답했다.

주택 밀집 지역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달리봄은 주변의 이웃들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류소연 씨는 “달리봄이 번화가보다 작은 동네를 고집하는 것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기 때문”이라며 “살기 좋은 동네는 이웃 간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를 만드는 데 달리봄이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곳에 편하게 들러 책을 구경하고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류소연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책방에 들러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던 이야기를 털어 놓은 중년의 이웃을 꼽았다. 주승리 씨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라며 “이것을 모아 역사에서 배제돼왔던 이들의 삶을 기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달리봄의 책방지기들이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하는 것’이다. 류소연 씨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페미니즘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설명했다. 주승리 씨는 “기존에 특정계층에 치우쳤던 권력을 다시 원래대로 환원하는 과정”이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내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하기에 책방 손님들도 편하게 방문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택가에 들어선 특별한 책방. 성별도, 성적지향도, 나이도 문제되지 않는 그곳에선 주승리 씨가 사고하는 ‘페미니즘’처럼 그저 나다운 이야기가 오간다. 페미니즘 입문자도 책방지기에게 책을 추천받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 맞는 책을 만나 구매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맞춤형 페미니즘 도서를 추천받고 싶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곳 달리봄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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