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연 기자
문화부

나는 부정적이다. 항상 알 수 없는 결핍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졌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 열심히 임해 왔다. 이 비관적인 성격은 역설적으로 내가 이 학교에 입학하도록, 나 자신이 많은 면에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줬지만 여전히 내 안의 열등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열등감은 ‘외모’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무엇이 동기였으며 이 생각이 언제부터 계속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못생겼다’ ‘뚱뚱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내면에 자리 잡았고, 거울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우선 밝혀두는 이유는 취재차 방문한 ‘다다름 필름 파티’에서 느낀 점을 말하기 위함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향했던 다다름 필름 파티는 그 의미, 내용, 구성 모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나도 모르게 젖어 들어 내면이 아닌 외면에 집중했고, 어떤 특정한 기준에 따른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이됐다. 하지만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다양성에서 비로소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의 다다름 필름 파티를 통해 내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다. 외모 다양성을 말하는 환경에 나 자신을 놓아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서조차도 ‘살 좀 빼’와 같은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육체미소동>에서의 한 문장 ‘내 몸은 나다’였다. 평가의 대상 ‘객체’가 아닌 개성 넘치는 ‘주체’로 내 외모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 한 문장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당연해 보이는 명제지만, 너무 당연하기에 쉽게 잊어버렸던 문장이다.

다다름 필름 파티를 주최한 다다름 네트워크에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외모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그들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한결같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편안한 미소에 이끌려 부스 운영에 여념이 없는 각 단체들에 쭈뼛쭈뼛 다가가 인터뷰 요청을 구하자, 귀찮아하는 기색은 전혀 없이 “네!”라고 밝게 응해주셨다. 여성의 속옷, 섭식장애, 영화 속 캐릭터 등 각자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 모두가 동시에 입을 모아 말했던 것은 “내가 내 몸의 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필름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항상 그들의 입가에 맴돌았던 환한 미소는 몸소 ‘나는 나다’를 진정으로 깨우친 자신감 넘치는 마음가짐에서 나왔을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첫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육체미소동> 정서인 감독은 “나를 혐오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외의 대답에 당황한 관객들에게 정 감독은 “나 또한 그런 아픈 과정을 딛고 반성하며 나 자신을 발견했고 그 이후에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에도 그녀는 관객들에게 ‘나는 나다’를 외치고 있었다.

다다름 필름 파티를 통해 나에 대한 부정과 비관이 전부 눈 녹듯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나는 나다’라는 문장을 머릿속에 새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한 문장을 교훈 삼아 내가 나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이 교정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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