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열
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

2015년 7월 일명 ‘인분교수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학원생의 연구‧근로 환경 및 그 안에서의 인권 침해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졌으나,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학원생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학술논문은 2017년 8월 현재 전무하며, 이에 관한 연구로는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2016년 11월 대학원생 인권장전의 제정, 학내 인권전담기구의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의 인권은 여전히 평등권‧지식 재산권‧인격권‧학습권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위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다수의 대학원생들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노동권의 침해다. 별도의 수입이 없는 대학원생은 일반적으로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학내에서의 근로를 통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등 노동권을 침해받게 되면 대학원생으로서 삶을 지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원생은 학내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피교육자’의 지위 또한 가진다는 것을 빌미 삼아, 일정한 노무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을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로만 간주함으로써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현실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다. 가령,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수의 지급을 미루거나,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지급하거나, 비인간적인 근로조건을 강제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러한 현실을 교정하기 위해 필자는 우선적으로 수업보조, 연구보조, 행정업무 등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대학원생을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 이때 사용자는 교직원 개인이 아닌 학교법인이 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 그에 따른 합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노동권을 주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제이며, 동시에 근로기준법은 그 자체로 차별금지(제6조), 강제근로금지(제7조), 임금채권의 보호(제38조, 제43조) 등의 노동권 보호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여부에 관한 질의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2004다29736)를 인용하며 ‘고등교육법’에 따른 조교라면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고등교육법』 제14조 제3항은 ‘학교에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과 조교를 둔다’고만 돼 있어, 근로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대학원생의 범위가 여전히 모호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업과 동시에 근로를 병행해야만 하는 대다수의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근로가 근로기준법에 의한 정당한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인권 침해 현실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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